수필가 류준열

네팔보드나트
지구기행-29

탑 둘레를 돈다. 하늘과 땅, 남녀노소가 돌아간다. 크거나 작거나 수많은 마니차 따라서 빙빙 돈다. 어제와 오늘 내일도 돌고, 우리네 인생도 돌아간다. 온통 돌아가는 세상, 멈출 수도 벗어날 수도 없다. 돌고 도는 마니차 원통에 갇힌 행주좌와(行住座臥). ‘옴마니반메흄 옴마니반메흄’

탑신 앞에 엎드려 절하고, 크나큰 연꽃 밟으며 한 계단 두 계단 오르고 올라 십삼 계단, 두 눈 보이지 않고 귀와 입마저 없는 부처 형상 보면서 시심마 시심마(是甚摩) 중얼거려 봐도 알 수 없는 제 삼의 눈, 심안(心眼)의 징표

보드(Bodh)란 본다고 보이는 게 아니고 듣는다고 들려지는 게 아니다. 알아도 차마 말할 수도 없다. 보드란 경지, 십삼 계단이거나 심안이거나 무심이리라. 아직은 가슴 깊이 와 닿진 않는다.

상륜(相輪) 향해 바라보며, 너무나 높아서 그저 하늘 잇달아 우주 끝 맞닿은 보륜(寶輪) 위 심안, 무심, 보드란 글자 훨훨 띄워보지만 탑정수리에서 맴돌고 우주 넓은 가슴 어디에도 가닿지 않는다.

껍데기 글자들만 달랑 어깨 둘러메고, 한 걸음 두 걸음 돌바닥 부딪히는 발자국 소리 따라, 현재의 시간 묵직하게 밟으며 걷다. 네팔 보드나트 부처 진신사리 앞에서 숨죽인다.

*마니차 ; 티베트 라마승들이 돌리는 원통으로 한번 돌릴 때마다 법문 한번 외우는 것과 같다고 믿음

*보드(Bodh) ; 깨달음을 뜻함

*보드나트(Bodhnath) ; 네팔에서 가장 높은 부처님 사리탑으로 티베트 불교 영향을 받아 5세기 경에 축조된 탑 형식의 사원

-네팔.인도 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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