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김용수

4.배신

3,

신자의 왼쪽 어깨에서 벌건 피가 쏟아지는데 신자는 벌떡 일어나

“또 쏴 봐라, 이 바보 새끼야” 소리를 치면서 깔깔 웃는다.

웃음 소리는 소총에서 불을 뿜을 때 내는 소리보다 더 크다.

“하하하하, 미친 놈, 지가 날 사랑한다고. 바보 같은 니가 사랑이 뭔지나 아나?,

나는 니를 한 번도 사랑한 적이 없다. 나는 병식이만 죽도록 사랑한다.“

“그만, 그만 해.”

태완이의 총이 다시 불을 뿜는다.

이번에는 신자의 오른쪽 어깨에 정확히 관통하였고 총을 맞은 신자는 쓰러 졌다가 다시 벌떡 일어나서 두 팔을 벌리면서 다시 쏘라고 고함을 지른다.

“야, 이 미친 놈아, 너는 내 머리를 맞히지도 못하고, 내 끓는 심장도 맞출 줄 모르는 바보 군인이다.

깔깔깔깔, 깔깔깔깔.”

“시끄러, 나도 너를 사랑하지 않기로 했다.

그러나 적어도 지금까지는 너를 사랑했다. 너를 사랑하지 않았으면 총을 쏘지도 않는다.

지금까지 사랑했으니까 총을 쏘는 거다.

앞으로는 너를 사랑하지 않을 것이므로 총을 쏘지도 않을 것이다.

내가 널 사랑하지 않는 이유는 너가 죽었기 때문이다.“

“하하하하, 바보야, 너는 나를 죽일 용기도 없다.

내가 네까짓 바보 같은 놈의 총을 맞고 죽을 줄 아나? 나는 죽지 않는다.

나는 죽지 않으면서 병식이를 사랑할 것이다.

너는 내가 병식이와 사랑하는 모습을 보면서 아픈 세월을 보낼 것이다.“

태완이의 총은 다시 불을 뿜었고 신자의 목 정면을 관통하였다.

총을 맞고 나자빠졌던 신자가 또 다시 벌떡 일어난다.

신자의 양쪽 어깨와 목에서 붉은 피가 콸콸 쏟아진다.

신자의 몸에서 나온 붉은 피는 금새 붉은 강물이 되어 흐르고 있다.

신자는 연신 욕을 하면서 악을 쓰고 있고 그에 따라 태완이의 총도 연신 불을 뿜는다.

불을 뿜을 때 마다 신자의 몸에 구멍이 나고 구멍들에서는 피가 쏟아져 나온다,

마침내 신자는 땅바닥에 쓰러져 온 몸에서 피를 쏟아 내면서도 눈을 부릅뜬 채 태완이를 노려보면서 입으로는 연신 욕지거리를 쏟아 놓는다.

태완이는 저 입을 막아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고함을 지르는 신자의 입에 또 총을 쏜다.

신자는 날아오는 총알을 맛있게 받아먹고서 또 욕을 한다.

신자의 입을 총으로는 막을 수가 없다.

태완이는 옆을 둘러보면서 돌을 찾고 있는데 어느 틈에 병식이가 제 머리통 보다 더 큰 바윗돌을 들고 와서 태완이에게 건네준다.

태완이는 바윗돌을 받아들고 한 순간의 주저함도 없이 신자의 머리통을 향해 내리 찍는다.

‘퍽’하는 소리를 마지막으로 신자의 고함소리도 사라졌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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