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 박종범

흔히 정치를 협상이나 타협의 산물이라 한다. 그러나 대립하는 정당‧조직이 상호간에 협상이나 타협이 아닌 적대감이나 적대주의적인 사고와 행동을 드러내는 것이 필요하고 그것이 오히려 긍정적인 기능을 하게 된다면 이는 정당의 가치와 정신의 순수성을 보존하려는 작용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좌파세력들은 우파에 대한 적대감이나 적대주의 사고를 드러내는데 충실하다. 마르크스‧레닌주의의 교조적인 지침에 따르면, 좌파 사회주의자들은 어떠한 조건하에서도 우파계급의 편에 서 있는 인도주의적 운동에 반대하며 충돌을 야기해야 그들의 계급적 정체성을 유지하고 고조시킬 수 있게 된다고 한다. 국내 좌파들은 이 같은 지침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 세월호사건 투쟁, 조국 일가족 관련사건, 최근 불거진 정신대 이용수 할머니의 정의기억연대 회계문제 등은 역으로 좌파의 정체성을 고조시키는 수단으로 작용되어온 비근한 사례들이다. 국내 좌파들은 이런 사건들을 계기로 상호 정신적 교감을 이루고 일치된 투쟁을 진행하면서 그들 간의 이해관계를 공감하고 정통성을 확보하는 계기로 삼아 왔다. 이러한 투쟁과 충돌의 운용방식을 통해 이들은 정권을 장악하였으며, 현재 이 정권의 정책도 모두 그런 방식으로 추진되고 있다. 좌파정당이 정체성을 유지하고 지속해 나가는 방식이 이러함을 감안할 때, 좌파정권이 존재하는 한 향후에도 이처럼 억지와 같은 정책이 계속 추진된다고 보면 된다.

그러나 이와 반대편에 있는 보수정당을 대표하는 미래통합당은 좌파정권과 여당의 폭주에 제동을 거는 역할에서는 거의 무능하다. 좌파정권에 대해 적대감을 나타낸 적이 없는데다가 오히려 비위를 거스르지 않으려 노력하며, 좌파를 상대로 한 언론투쟁이나 이론투쟁은 언감생심이다. 다시 말해 보수정당의 정신을 보존하지도 못하며, 오히려 보수국민의 여론을 갉아먹으면서 무원칙의 어정쩡한 사고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다가 정치적 결단의 상황이 발생하면 좌파정권과 국민여론의 눈치 살피기에 여념이 없기 때문에 대응방식에서 선택의 폭이 좁을 수밖에 없는 자명한 사실이다. 보수정당으로서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좌파정당과 어떻게 맞서 싸워나가야 할지 등에 대한 연구나 각오가 전혀 되어 있지 않은 것 같다. 미래통합당은 금년 초부터 내각제니 이원집정부제니 하는 권력 나눠먹기 제도를 불숙 내뱉으면서, 정권을 되찾아 오겠다는 각오와 행동은 거의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런 정당이 아직도 좌파정권과의 대외적인 투쟁보다는 내부 투쟁에만 신경을 쓰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거지끼리 제자리 뜯는 격이다.

최근 정가에서 거론되고 있는 4.15 총선 조작설 및 부정투표 의혹들과 관련하여, 미래통합당 민경욱 의원을 비롯한 일부 인사들이 이를 파헤치고 확인하기 위해 비상한 노력을 가하고 있는가 하면, 당내 다수 의원들은 이런 추적노력을 폄하하면서 ‘정치생명을 걸어라’, ‘(부정선거 여론을 부추기는)극우 유튜버들과 전쟁하겠다’, ‘그릇된 신념이 너무 뿌리 깊으니 사회적인 각성과정을 거쳐 자정이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등 지나치게 성급하고 과잉된 반대 반응을 보여 지지 국민들 간의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다. 거론되는 부정선거 의혹내용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들이 너무 많아 숨어있는 실체가 있을 수도 있지만 법적인 확인이 이루어지려면 어차피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그런 만큼 지금 미래통합당의 다수 의원들의 성급하고 단정적인 언행은 좌파정당에 경각심을 주면서 지지층을 다시 끌어 모을 수 있는 적대주의 의식이 담긴 의지가 상실되었음을 나타내는 것이며, 또한 개표과정에서 나타난 불법적 행위에 대해 면죄부를 주는 격이 된다. 의혹 부분을 철저히 짚어나가야 향후 여사한 문제의 발생 가능성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고, 지지 국민들의 의구심도 해소해 줄 수 있음을 간과하는 것이다. 이들의 머릿속에는 오로지 잘못 건드려 역풍을 맞지 않을까하는 비겁한 우려만 있거나, 아니면 혹시 좌파정당들을 이롭게 해주는 것을 타협의 정치로 잘못 인식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하나만 알고 둘을 모르면 바보처럼 행동하게 된다.

현재 거론되는 부정선거 의혹은 주로 세 가지로 압축된다. 사전투표용지 보관 및 관리 문제, QR코드 사용문제, 서버 프로그램 조작 가능성 등이다. 의혹주장 측은 서버 및 모든 자료의 공개를 요구하고 있으나 여러 가지 핑계로 거부되고 있다고 한다. 보수정당 내부에서 힘을 합쳐야 그들만을 위한 정당이 아닌 국민을 위한 정당이 될 수 있고, 좌파정권의 실정을 압박해 나갈 수 있다. 이는 보수야당에 주어진 사명이다. 미래통합당은 이미 일부 여론에서 '사이비 보수정당’이라고 비난받기 시작했음을 주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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