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 박종범

정치학 박사
전 주중국대사관 공사
통일지도자 아카데미 부원장

한반도의 남북한은 시각을 좀 넓혀서 바라보면 미국과 중국이 체스판에서 두는 말과 같은 존재일 수 있다. 6.25 전쟁도 와이드 시각으로 보면 미국과 소련간의 세력대결의 장이었다. 북한에서 당중앙으로 불리는 김여정이 대북 전단을 살포해온 탈북민들을 인간쓰레기라고 비난한 이후 4시간 만에 통일부는 대북전단살포금지법을 제정하겠다고 나섰고, 우선은 현행법으로 전단 살포를 막을 수 없으니 단속하겠다고 거들먹거린다. 김여정의 담화가 한국정부에 대한 지시처럼 느껴지고 이를 따르며 명령에 복종하듯 움직이는 정부 당국의 행태에 대해 대다수 국민들은 어리둥절할 뿐이다. 한국정부를 옥죄는 북한의 뒷면에서 중국의 어두운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것은 괜한 우려가 아닌 것 같다.

 

지금 미중 간 무역분쟁은 갈수록 전면전 대결구도로 치닫고 있다. 미국은 한국에 대해 어디다 줄 설 것인지 확실한 스탠스를 요구 중이며,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문제를 논의하고 싶다며 주요 선진국 클럽(G7) 회의의 확대회의 개최를 언급하면서 호주, 인도, 러시아와 함께 한국의 참여를 희망했다고 한다. 그렇지만 중국은 한국은 경제외교정치적으로 세계적 영향력이 크지 않다며 한국의 회의 참여는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다. 중국이 마치 일제 을사늑약 때처럼 한국의 보호국인양 행세하는 것 같다. 게다가 중국은 한국의 참여 의사표명에 압력을 가하기 위해 2의 사드사태를 거론하며 한국을 위협하고 있다고 한다. 어린애들 장난 같지만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미국과는 한미동맹관계인데 중국과 공동운명체라고 대놓고 선언한 좌파정부의 입장이 곤란할 것은 뻔한 것 같다.

 

중국은 시진핑 주석 이후 세계패권국이 되기 위한 구체적인 중국몽(China Dream) 구현 행동에 착수하였다. 우선 동북공정을 통하여 한반도의 북쪽을 중국민족의 영토로 이미 내부 정리하였으며, 동중국해와 남중국해를 중국의 내해로 부르며 국제적으로 자국영해로 인정받고자 미국과 충돌을 감수하고 있고, 일본과도 중일전쟁에서 빼앗겼던 센가쿠열도(조어도)를 되찾고자 해상갈등을 빚고 있다. 북한을 통하여 한국정부를 요리해도 되고, 직접 경제적 압박을 가하여 한국정부의 숨통을 조를 수도 있게 되었다.

 

중국의 입장에서 볼 때, 한반도는 아태지역 패권을 장악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지정학적 자산이므로 한미관계를 이간질하는 것은 정치 계산상 반드시 필요한 수순이다. 한미일 협력관계의 약한 고리인 한국을 이용하여 반일감정불을 지피면 일본을 쳐내는 것은 어렵지 않다. 박근혜 대통령이 이 이간질에 말려들었다. 20159월 대일항전 승전 70주년 기념 열병식에 서방국가 지도자로는 유일하게 그녀가 참석하였다. 미국과 일본은 무척 불편하게 생각하는 행사였지만 반일감정을 표현하고 시진핑 주석의 체면을 고려했는지는 모르나 천안문 망루에 올라 혼자 앉았다가 돌아왔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중국의 하대행위가 더욱 노골적으로 나타났다. 201712월 방중 시 취재하는 한국 기자를 중국경호원이 끌어내어 두들겨 패도 아무소리도 못하고 돌아와 정신승리를 외치면서 기자의 개인적 일탈행위로 몰았다.

 

우리 역대정부는 물론 문재인 정부가 대북정책과 통일외교를 다루는데 있어 가장 중요하지만 홀시한 부분은 향후 남북한의 발전과 통일이후 그려지는 한반도의 모습에 대한 것이다. 대화와 통일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고 이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향후의 한반도 내의 국가사회의 모습이 더 중요한 것이다. 만약 한민족의 정치경제문화사회적 발전 가능성이 더 희박해지고, 중국이 각종 구실로 우리의 영토를 침범하여 영토와 주권의 보존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면 그런 대북정책과 통일외교는 추진하지 않는 것이 더 낫다. 중국과 북한이 펼쳐놓은 덫에서 벗어나야 정상적인 시야를 가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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