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가 하영갑
시인, 수필가, 이학박사
시림문학회 회장

에미 애비 죽었다고 울기는. 무덤 크게 만들고 둘레 석에, 상석 놓고 비석 세워 잔디 잘 깔아 놓으니 좋다.

대추, , 곶감, , , 사과...

고사리, 시금치, 도라지, 숙주, 두부...

마른명태, 마른문어다리...

튀김, 과자, 약과...자반 포 나물...

, 조기, ...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 , 간장, 김치, 식혜...

향로, 향합, 모사, 제주, 퇴주그릇, 제기(목기)...

참 많기도 하다. 얼마나 노고가 컸나.

야 들아~ ,

제삿날 제 날짜 챙기고 지내는 장소 선정하고 꼭 참석 하려니 얼마나 힘드냐?

거기다가 예를 차린다고 제복, 한복 두루마기까지 갖추려면 번거롭지 않나.

설 명절 추석 명절 선조 순대로 음식 따로 챙겨가며 제물을 몇 번 갈아 놓고 지내려니 시간도 많이 들고... 아이구~ 고생 많다.

하지만, 이것 모두 다 너희들 좋으려고 하는 짓들 아니냐?

그리 하지마라. 돈 많이 들고 나 그 밑에 묻히려면 무거워 또 죽는다. 그리고 무덤, 상석, 비석 오염 시키지 말고 앞으로 그 석물들 전부 공해로 남게 될 것이니 누가 책임질래?

쓸데없는 봉분, 비석 하지 말고 화장해서 산기슭이나 언덕배기 그냥 뿌리든지 아니면 바람 잘 드는 적절한 장소에 뿌리고 말아라. 앞으로 더운데 벌초한다고 애쓰지 말고. 내가 귀신이라 더우면 큰 나무 밑에 앉을 것이고, 추우면 양지쪽에 가서 볕 쪼이 하거나 부잣집 벽난로나 공장 보일러실에 가서 지낼 테니.

귀찮은 짓 이제 그만 해라. 위에 나열한 음식들 내가 죽고 보니 네 선조들이 진절머리 난단다. “귀신이라고 수 천 수 만년을 늘 똑같은 음식만 먹어야 하는 줄 아냐? 생각도 없는 놈들!”하고.

쇠고기도 스테이크가 맛있고, 생선도 노릇노릇 굽든지 회로 만들어 놓고, 큰 바다가재랑 왕새우, 싱싱한 낙지탕탕이는 어떻노?

과일도 맛있는 망고나 그 외 열대과일 많더라. 그리고 술도 이제 깔끔한 양주 알콜도수 30도나 40도로 바꿔 올려봐라. 먹지도 못하는 마른 문어다리에다 비쩍 마른 산적에다 튀김쪼가리, 귀신이라고 당뇨 안생기고 혈관에 피떡 안 생기는 줄 아냐?

그리고 안에는 양복바지 입고 바깥에만 두루마기 걸치는 형식적이고 속보이는 짓 그만하고,

제사도 비좁은데 집에서만 꼭 지내려 하지 말고 가족끼리 해외여행가서 호텔뷔페에서 한 번 지내보렴. 귀신이라 비행기 값도 안 들고 귀신같이 따라 갈 테니 나도 좋은데서 구경해 가며 얻어먹고 싶다.

또한, 제삿날도 없애라. 죽은 날 말고 생전에 차려주던 생일상을 토 · 일요일, 공휴일을 택해 융통성 있게 가족들 모두 모여 재미있게 먹고 지내라. 알았재?

내 오늘 윗대 할머니 할아버지들께 고할 끼다. 내년부터 그리 하라꼬.

 

이제 더 이상 귀신을 속이지 마라. 알았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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