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준열

수필가·여행칼럼니스터
천상병문학제추진위원장
작품집 : 무명그림자 외
전 중등교장

스페인 세비야의 유태인 거리라 불리는 좁고 구불구불한 골목길 .

이 도시 출신 화가인 벨라스케스무덤의 아담한 십자가 철제 탑, 좁은 길이라 남의 눈 의식하지 않고 연인이 키스를 할 수 있다고 하여 붙인 키스의 거리, ‘세비야의 호색가의 주인공 돈 주앙과 카르멘의 여주인공 카르멘과 관련 있는 자그마한 호텔, 유태인 아가씨의 비극적 사랑으로 붙여진 수사나 거리, 걸어가는 곳마다 보이는 오렌지 탐스럽게 달려 노랗게 빛나고 있지만 한눈 팔 수 없는 미로

수사나 집 담벼락 해골 두상 걸려 있다.

집요한 반대에도 이교도 총각과의 수사나 사랑은 걷잡을 수 없이 깊어만 가다. 주위의 조롱과 싸늘한 눈총 받으면서도, 힘들고 고통스런 나날 반복되어도

누가 무슨 말을 해도 변치 않는 절절한 언약, 폭풍우 몰아쳐도 꺾을 수 없는 사랑의 맹서, 세상 다하여 생명마저 받칠 수 있는 열렬한 순정, 살아 있는 한 수사나 앞길 그 누구도 가로막을 수 없었는데

유태인 남자들에 의해, 이교도와 결혼한다는 이유로 사탄으로 몰려, 결혼하기 전날 밤 수사나 일가족 모두 살해되었다.

종교적 광기에 가족과 함께 이들의 사랑도 한순간 사라지게 됐지만, 두 연인의 지순한 사랑에 하늘도 감동하여, 푸른 일 무성하게 달린 종려나무와 노란 열매 탐스럽게 달린 오렌지 나무로 현세에 환생하다.

영원히 떨어질 수 없다는 듯, 연리지 되어 못 다한 사랑 구가하고 있다. 그 어느 연인보다 감미롭고 행복한 표정과 몸짓으로

푸른 잎사귀에 사이 주렁주렁 달린 노란 오렌지 수사나 거리훤히 밝히다.

*세비아 : 스페인 안달루시아 지방 내 세비야 주()의 주도로, 스페인에서 4번째로 큰 도시. 콜럼부스 신대륙 발견 500주년을 기념해서 1992년 세계 엑스포가 열림

*벨라스케스(1599-1660) : 17세기 스페인 미술사에서 가장 중요한 화가

*돈 주앙 : 전설에 등장하는 인물로, 스페인의 극작가 티르소 데 몰리나가 쓴 비극 <세비야의 호색가(1630)에 나오는 소설의 주인공

*카르멘 : 프랑스의 소설가 메리메가 지은 장편 소설. 또는 그 여주인공. 스페인을 배경으로 집시 여인 카르멘과 기병(騎兵)인 돈 호세의 비극적 사랑을 그린 소설로 1845년에 발표

[지중해 3국 포르투갈, 모로코, 스페인 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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