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장 우성숙
자연치유 인산연수원

온갖 나무의 새순과 잎새, 그리고 약초의 줄기와 뿌리는 어떻게 손질하고 조리하느냐에 따라 익숙한 먹거리일 수도, 훌륭한 명약名藥이 될 수도 있다.

푸른 산야에 지천으로 자라나는 나물은 더없이 좋은 식재료이며, 여기에 죽염간장, 고추장을 더해 무치거나 부치면 미각을 일깨우는 천하일미요 양기를 돋우는 훌륭한 약이 되곤 한다.

불세출의 신의神醫이자 의방醫方의 대가인 인산仁山 김일훈金一勳 선생의 지혜가 담긴 죽염간장·된장·고추장은 어떤 식재료와 만나더라도 그 맛을 좋게 하고 나아가 훌륭한 효험을 지닌 약으로 승화시키곤 한다.

찬밥이 놓인 옹색한 밥상도 새콤한 도라지와 야들야들한 고사리, 향이 깊은 두릅이 찬으로 더해지면 세상에서 가장 맛있고 건강한 밥상이 된다.

전통 장을 가미한 나물 반찬은 맛과 약성이 모두 뛰어나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식품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다 할 격식도 필요 없는 이 소박하고 향긋한 나물 요리로 오늘 저녁상도 근사하게 차려볼 요량이다. 죽염간장과 된장으로 조리해서 먹는 기쁨과 즐거움을 일일이 글로 형용하기란 너무도 어렵다. 아무리 공력을 들여 표현해 낸다 해도 내 글 솜씨론 그 맛의 정점에 이를 순 없기 때문이다.

옻나무 순의 담백하고 순정한 맛은 한국 약초를 대변할 수 있는 최고의 맛이며, 엄나무 순을 씹는 순간의 식감과 그윽한 향을 대신할 미식은 없다, 정도가 내가 할 수 있는 표현의 최대치다.

얼마 전엔 옻나무 순을 먹다 옻이 오르면 어떻게 하냐며 접시를 멀찌감치 밀어놓는 사람을 만났다. 하지만 죽염간장과 죽염된장에 묵힌 옻나무 순을 먹게 되면 그 깊은 맛과 향에 매료돼 무엇 때문에 걱정을 했나 싶은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더구나 몸을 따뜻하고 가뿐하게 하는 대사효능까지 더해져 옻나무 순에 대한 열망과 애정은 더욱 깊어지리라.

약초의 향긋함과 나물의 부드러운 맛을 알지 못하면 진정한 어른이 될 수 없다. 가장 한국적이며 가장 인산가적인 나물 요리로 이 계절을 더욱 흥겹고 건강하게 시작해 보자. 어른만이 느낄 수 있는 맛의 세계를 누리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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