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가 하영갑
시인, 수필가, 이학박사
시림문학회 회장

일생을 살아오면서 겪은 갖가지 일들 중 좋은 일이나 아픈 일들은 나이 들어감에 따라 추억과 상처로 갈라지거나 묻히기도 한다. 철없는 어린 시절, 자신이 무슨 대단한 사람이라도 될 것 같은 대담함을 온 가슴에 품었던 청년시절을 거치는 동안 한 층 한 층 쌓아가는 풋내기 인생의 연륜. 짙은 꿈과 희망을 깊이 심어 보기도 했다. 때로는 기대와는 다르게 심었던 희망과 꿈은 뿌리를 내리지 못한 채 시들어 버리기도 하고, 그로 인한 짙은 멍은 운 좋게도 새로운 텃밭이 되기도 했다. 또한 주위의 많은 사람들의 기다림조차 속절없이 저버린 꿈은 허상으로 끝나고 만 뒤의 허전함. 자신을 스스로 죽이고 만 때도 있었지.

자신의 성공을 위해 불철주야 분주했던 날과 자식 낳아 제대로 양육해 볼 거라고 밤 잠 못 자가며 일만 했던 날들. 이제 와 생각하면 한 낱 소용없는 일들이었던 것을. 알 수 없는 미래였지만 누구 하나 제대로 일러 줄 줄 몰랐던 그 시절, 그저 아침 해와 저녁달을 친구삼아 몰두했던 하루. 부모형제는 머리에 받혀 이고 자식은 땅바닥에 팽개친 채 무지하게 지내 온 세월을 지금 와서 어찌 긁어낼 수 있으랴.

 

해야!

너는 그렇게도 잠이 없냐?

곤히 자는 저 닭이 그리도 부러워 심술이 났던 거냐?

아니면, 첫닭이 운다고 너도 같이 뜨는 거냐?

많은 식구 배 곯릴까 한 시 반시 쉬지 않고 허둥대던

저 애비 불쌍치도 않더냐?

양손 쭉 치켜들고 기지개 켜는 모습 흐뭇하게 보려거든

오늘 떠서 지고나면 하루쯤은 뜨지 마라!

 

달아!

너는 그래 내 가슴에 무엇이 들었는지 알지 않느냐?

자는 밤 한 숨 소리

실 눈 뜨고 볼 때는 가련하게 보았고

반쪽 되어 볼 때는 설마하고 보았으며

온 눈으로 볼 때는 정말?” 하고 보았겠지?

보름을 넘겨봐도 뵈지 않는 그 것

넌들 어찌 이 가슴 열어 볼 수 있겠냐?

 

별아!

너는 그렇게 높이 떠 춥지 않느냐?

해와 달 보고도 못 본체 하고

한 여름 태풍이나 엄동설한 폭설도

모른 체 하는 그 몸짓 참으로 무겁구나

이제야 느낀들 무엇 하랴만 홀몸 되고 보니

무지한 인간이 빚어 낸 무거운 한

가녀린 불빛으로 몇 겁을 비춰내는 네 마음 닮고 싶네.

 

좋은 사람이라고 어렵게 만나 마음과 꿈으로 엮은 깔끔한 멍석까지 깔아 놨지만 성공을 향한 외침이나 힘 찬 유희도 보지 못하고 도로 말아 두어야 하는 그 아픔은 눈물로 감추어진 아림을 주기도 했다.

휴일이면 하나라도 깨우치고 좋은 세상 만들라고 이름난 곳곳을 데리고 다니며 함께 놀아 주었던 아이가 속절없이 멀어지고, 그 아비마저 떠나간 자리를 놓지 못해 얇은 가슴에 무거운 한을 감추고 평생을 살아가는 가련한 여인. 남은 한 가지 알 수 없는 목표를 눈에 넣고 오늘도 외로운 길 말없이 드나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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