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기행-37

류준열
수필가, 여행칼럼니스터
천상병문학제추진위원장
작품집: 무명그림자 외
전 중등교장

카사블랑카란 이름 떠올리기만 해도 입속에서 싱그럽고 낭만적으로 맴돈다.

하얀 집이란 뜻에서 온 도시답게 하얀 건물로 가득한 백색도시 돌아보니, 역사의 흔적과 마주할 수 없고, 이름처럼 낭만적으로 다가오지 않는 오직 영화 카사블랑카가 떠오르는 도시

알라 이외에 신은 없다라는 코란 경전을 떠올리게 하는 하산 2세 모스크대서양 파도 끝자락에 우뚝 서 있다. '신의 옥좌는 물 위에 지어졌다'는 코란의 구절에 의해 지어진 높이 210m의 대형 모스크, 세상을 압도하며 내려 보다.

요란하게 울리며 부서지는 대서양 파도, 황금색으로 번쩍이는 모스크의 둥근 돔, 날씬하게 솟아 있는 첨탑, 비둘기 한가롭게 모이를 쪼고 있는 모스크 광장, 노동 시간보다 이슬람교 예배 시간이 더 중요한 그들의 일상과 빈곤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모로코 사람이 대비되다.

모로코 수도 라바트에는 고색창연한 360개 기둥 뒤로 높이 43미터 핫산탑 솟아 있다.

장구한 세월 촘촘히 베인 채, 천 년 전 미완성 모스크 드넓은 자리 한쪽 웅장하게 서서 신비감 풀풀 날리고 있다.

무슬림 성지로 추앙받는 신성한 모스크 광장 거니는 동안 360이란 숫자 맴돌다.

기둥과 탑을 합하면 3611년을 나타내는 걸까. 원주각을 암시하며 세상이나 우주를 나타낸 걸까. 세우다 보니 우연히 360개가 된 걸까. 기둥 사이 내딛는 발걸음 앞에 360이란 숫자 알라의 신비로 다가오다.

궁핍하고 힘들게 살아가면서도 세상사 알라의 뜻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에게 모스크는 삶이고 희망이리라.

모스크 돔은 평화를 뜻하고 첨탑 끝 초승달은 진리의 시작이라고 하는데, 서구와 중동의 수 백 년 동안 끊이지 않고 일어나는 전쟁과 테러 원천적으로 누가 제공하였는가. 언제쯤 이성을 되찾아 화약 냄새 그치게 하고 평화가 오려는지.

*모스크 : 이슬람교에서 예배당을 이르는 말. 정면 벽에 메카의 방향을 나타내는 반원형의 오목한 곳이 있고, 앞마당에는 예배하는 사람의 청정(淸淨)을 위한 샘물이 있음

[지중해 3국 포르투갈, 모로코, 스페인 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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