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오면 때죽나무의 꽃이 진 자리에 달리는 도토리 같기도 하고 작은 달걀 모양을 닮기도 한 열매가 긴 자루에 주렁주렁 매달린 모습이 매우 특이하다.

때죽나무의 학명은 스타이렉스 자포니카(Styrax japonicus)이다. 속명 Styrax안식향을 산출한다뜻의 고대 그리스 어 스토렉스(storax)'에서 유래되었는데, 실제로 인도네시아 등지에서 자라는 때죽나무 중에는 줄기에 흠을 내어 흘러나오는 황색의 유액을 받아 안식향을 얻었다고 한다.

또 이 속명이 물방울이라는 뜻의 스타리아(stiria)’에서 유래 되었다고도 하는데, 이 역시 나무에서 나오는 수액이 물방울 모양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영어 이름은 스노벨(snowbell) 눈종이라는 뜻이니 이 또한 고운 이름이다. 때죽나무의 열매 껍질에는 에고사포닌이라는 성분이, 종자에는 여러 종류의 글리세이드와 지방유, 에고놀 등이 함유되어 있다. 이 성분은 물에 풀면 기름때를 없애 주는 역할을 하므로 비누가 제대로 없던 예전에는 이 열매를 찧어 푼물에 빨래를 했다고 한다.

제주도에서는 떼죽나무를 족낭이라고 불렀는데 그 용도가 좀 더 특별하다. 제주도는 예로부터 물이 귀한 곳이었다. 그래서 외진 산골 사람들은 지붕이나 나무줄기를 타고 내려오는 빗물을 받아 모아 놓고 식수로 사용하였다.

때죽나무는 목재로 장기 알이나, 여러 목기, 지팡이 등을 만들어 썼으며, 종자에서 기름을 짜 머릿기름으로 바르기도 하고 불을 켜는 데 쓰기도 했다. 꽃의 향기는 향수의 원료가 되기도 한다.

수많은 열매의 머리(종자껍질)가 약간 회색으로 반질반질해서 마치 스님이 떼로 몰려있는 것 같은 모습에서 처음에 떼중나무로 부르다가 때죽나무가 된 것이라는 설이 있다. 한편, 옛사람들은 물고기를 잡을 때 열매 찧은 에고사포닌은 독성이 매우 강해서 물에 풀어 물고기를 여 잡는데서 유래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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