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김용수
한국문인협회, 신서정문학회
국보문인협회 부이사장
남강문학협회 감사

6.복수

2.

그러나 마을 사람들이 밤에는 할매를 찾지 못하더라도 아침이 되어 날이 밝아지면 금새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사람들이 찾지 못하면 곧 경찰에서 찾을 것이고, 그래도 발견하지 못하면 경찰견을 풀어서라도 찾을 것이다.

할매 시체가 찾아 지면 범인을 잡으려고 할 것이고 그렇다면 내가 첫 번째 용의자로 떠오를 것이다.

사람을 죽이면 사형을 당한다. 더군다나 돈을 빼앗기 위하여 사람을 죽이면 더 나쁜 사람이 되어 확실하게 사형을 당할 것이다.

세상 사람들은 태완이를 천하의 패륜아라고 비난을 할 것이다.

친할머니도 아니면서 좋은 것 입혀주고, 좋은 것 먹여주며 젖먹이 때부터 키워 준 할머니를 죽였다는 사실만으로 사회적 비난은 더 커질 것이다. 그냥 살인도 사형을 받는데 돈을 빼앗으려고, 더군다나 키워 준 할머니를 잔인하게 죽이고 돈을 빼앗았다는 것은 용서가 안 될 것이다.

결국 사형을 당할 것이다.

잡혀서 사형을 당하기 전에 무조건 도망을 가야한다.

 

할매의 시체가 발견되기 전에 몰래 동네를 빠져 나가 도망을 갈까하는 생각이 든다.

도망을 가면 어디로 갈 것인가? 병식이 말대로 대한민국은 너무 좁아 도망을 갈 곳이 없다.

해외로 도망갈까 하는 생각도 든다.

이 돈으로 해외로 도망가는 것은 턱없이 모자란다.

어차피 잡히면 사형인데 부잣집으로 쳐들어가서 큰돈을 빼앗아 해외로 도망을 갈까 하는 마음이 불현듯 지나간다. 그러나 외국으로 간다고 해도 외국말을 할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다.

영어를 배웠지만 그 짧은 영어 실력으로 미국이나 영국에서 살아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더군다나 그쪽 사람들하고 생김새부터 달라 금방 잡힐 것이다.

중국이나 일본이 가까워 밀항을 많이 한다는 말을 들었지만 어떤 방법으로 밀항을 해야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밀항에 성공했다고 하더라도 일본말이나 중국말을 한마디도 할 줄 모르는 내가 돈이 있다고 한들 어디서 밥을 사먹고, 어디서 잠을 잘 것인가.

강원도 산간지방이나 지리산 속에 들어가 빨치산같이 생활을 한다 해도 몇 달 밖에 더 비티겠는가.

겨울이 되면 어디서 잠을 잘 것인가.

중학교 다닐 때 가출하였다가 집에 돌아 왔을 때 아버지가 한 말이 생각난다.

나쁜 짓을 해야 할 때 어머니, 아버지를 먼저 생각하고 행동하라고 했는데 왜 할매를 죽이는 순간 그 생각이 나지 않았을까?

갑자기 아버지가 원망스러워진다.

그 말이 머릿속에 남도록 수시로 상기시켜 주었다면 오늘 할매를 죽이는 끔찍한 죄를 짓지는 않았을 것이다.

사형장으로 끌려가는 자신의 모습이 보인다. 군인은 총살을 시키는데 민간인은 목을 매달아 죽인다.

차라리 총살을 시키면 빨리 죽으므로 고통이 덜할 것인데 목을 매달아 죽이면 숨이 끊어 질 때 까지 버둥거리고 고통을 받을 것이다.

목을 매달고 죽기 까지 30분이 걸린다는 말도 있고 10분이면 된다는 말도 있다.

어느 것이든 사형장에서 목이 매달려 지하로 쿵 떨어질 때 몸무게 때문에 목뼈가 쑥 빠지고 그 다음에 올가미가 목을 조이면서 숨통을 끊는단다.

사형시킬 때는 총살을 해 달라고 사정을 하면 총살을 해 줄까?

왜 민간인은 총살을 안 할까? 총알 값이 아까워서 목을 졸라 죽인다면 엄마한테 총알 값을 대신 내 주라고 하면 된다.

교수대에 매달려 있는 자신을 보고 울부짖는 어머니, 아버지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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