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 박종범
정치학 박사
전 주중국대사관 공사
통일지도자 아카데미 부원장

여운형의 건국운동이 한창일 때 1947년 암살된 이유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나 여러 가지 여운을 남기고있다. 당시 남한지역을 전담한 미군은 사실상 한국을 통치할 준비가 완벽하게 되어 있지 않은 상태였으며, 여운형이 조직한 건국준비위원회는 미군과 많은 갈등이 빚어졌다. 반면 북한지역은 소련의 도움 하에 김일성이 정권을 잡고 신속히 정치적 입지를 다져 나갔다. 당시 좌파 측에서는 중도좌파 여운형으로는 안 된다는 정서가 확산되었으며, 강성의 박헌영 동지라야 된다는 분위기였다. 결국 여운형의 암살을 계기로 남로당의 박헌영 세력은 급속히 확산되었다. 그 때는 자살이 아니고 암살이 유행이었지만 지금은 불리한 정세의 전환을 위한 형태로 자살이 대세인 것 같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9년 비리혐의로 국민정서로부터 뭇매를 맞을 때 좌파세력들은 거리를 두며 손절할 태세를 보였으나 어느 날 갑자기 ‘노무현 정신’을 내세우며 좌파를 위한 순교자처럼 둔갑시켜 발 빠르게 태세를 전환시킨 바 있다. 부엉이 바위에서 투신된 노무현의 죽음이 계기가 된 것이다. 당시 노무현은 모든 좌파들의 모순을 혼자서 모두 안고 투신한 것으로 묘사되었다. 많은 여운이 남는 투신이었다. 2018년 노회찬 전 국회의원(정의당 대표)의 자살로 인한 죽음에 대하여는 정의당이 검찰 탓으로 돌렸다. 당시 사인에 대해 많은 말들이 오갔으나 정치적 탄압에 대한 희생양으로 몰고나갔다. 결국 망자에 대해 동정적인 국민정서를 앞세워 좌파세력의 도덕성을 지켜나가는 수단으로 활용되었다. 
최근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죽음에 대해서는 자살로 알려지고 있으나 그 사인이 확실히 밝혀진 바는 없으며 부검 등을 실시한 바도 없다고 한다. 좌파들은 고 박원순의 명예와 자존심을 세우기 위해 일부 정치인 및 아나운서 등 방송을 탈 수 있는 사람들이 총동원되어 집단적으로 여성 성추행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행하며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여성 비서를 고용하지 말자”, “굳이 여비서를 쓸 필요도 없는데 아예 말 나올 일 없게 이참에 남 비서로 다 바꿨으면 좋겠다.”는 식으로 성추행 원인을 피해자에게 돌리며 여성의 사회진출을 위협하는 논리를 만들어 범죄사실을 희석하려는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한편으로 경찰은 사인 확인을 위한 부검 및 입수된 휴대전화 통신검색 등 각 단계에서 이유를 대면서 시간을 끌며 진행을 늦추다가 결국 휴대전화 통신영장이 기각되어 목적을 달성한 셈이다. 검경 및 법조계를 장악한 좌파세력들의 자기 계파와 세력을 보호하기 위한 이기적인 조치로 보인다.

이러한 좌파정치인들의 죽음의 공통점은 무능함과 함께 뇌물, 비리, 성추행 등의 범죄행위이지만 이로 인해 불리한 정세변화를 가져와서는 안 된다는 것이 좌파들의 공통된 인식인 것 같다. 따라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사인을 덮고 왜곡하여 국면전환을 시도하려는 데 주안점이 주어지며 행위의 비도덕성, 비민주성, 비인권성 등은 신경 쓸 겨를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인지 최근의 박원순 죽음에 이르기까지 노무현, 노회찬으로부터 이어지는 한국 정치인들의 자살 형식의 죽음은 감성에 약한 한국인의 정서를 자극하여 순교자가 되는 것처럼 동정을 받기도 한다. 또한 자살 사인에 대한 의혹이 있더라도 결국 국민정서에 밀려 사라져버리게 된다. 만약 이를 악용한다면 배후의 검은 정치세력이 행한 범죄행위를 특정 정치인에 씌워 자살을 유도할 수도 있고, 정치인을 타살하여 자살로 위장할 우려도 있을 수 있다.

정치인들의 자살로 인한 죽음이 감성팔이의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되며, 여론을 선동하는 수단으로 활용되어서도 안 된다. 그들은 애국자도 희생양도 사회적 약자도 아니다. 순교자나 성인은 더욱 아니다. 이들은 자신들의 위선이 밝혀질까 봐 죽음으로 현실을 도피한 비겁한 군상에 불과하다. 비겁 행위로 볼 때, 이들은 국가가 위기에 처하면 가장 먼저 구실을 찾아 도망갈 위인들로서 추모를 받을 자격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자살하지 않고, 자신의 행위에 책임을 질 줄 아는 자를 정치인으로 뽑아야 할 책임이 국민들에게 무겁게 부여되고 있는 것이다. 자살에 대하여는 감성에 젖지 말고 무거운 질책을 가할 수 있는 사회분위기를 형성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정치인들은 제발 다시는 자살할 만한 비리를 짓지 말고, 혹 잘못된 비리가 있다 해도 정정당당하게 밝히고 자신의 행위에 책임을 지며, 결코 비겁한 자살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래도 꼭 자살해야 한다면 소란 떨지 말고 집안이나 방안에서 조용히 행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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