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가 김윤세
전주대 경영행정대학원 객원교수
인신의학 발행인

흰옷의 관음은 말없이 말을 하고 / 뒤따르는 남순 동자, 들음 없이 듣네.
꽃병의 초록 버들은 언제나 여름이요 / 바위 앞 푸른 대는 온 세상 봄이로세.

白衣觀音無說說 南巡童子不聞聞
백의관음무설설 남순동자불문문
甁上綠楊三際夏 巖前翠竹十方春
병상녹양삼제하 암전취죽시방춘


일천 개의 손과 일천 개의 눈으로 세상의 모든 중생을 살펴 온갖 질고재액疾苦災厄을 해결해 주는 이로 알려진 흰옷의 관음은 여섯 관세음보살 중 한 분으로 성관음이라고도 한다.
관음은 성스러운 모습으로 바다의 외딴 섬에 거주하며 말없이 말하는 설법을 하고 관음을 따르는 남순 동자는 관음의 들리지 않는 법문을 들음 없이 듣고 있다. 관음의 오른편에는 꽃병이 있는데 그 꽃병에는 항상 초록빛의 버들가지가 꽂혀 있어 언제나 여름이요, 왼편의
기암괴석 앞에는 대숲이 비취빛으로 늘 푸르러 온 세상이 봄이다.
구고구난救苦救難의 성자聖者로 알려진 관음은 뭇 중생들이 내는 고통의 신음呻吟 소리를, 일천 개의 혜안慧眼으로 파악하여 일천 개의 손을 활용해 인술仁術을 펼쳐 널리 창생을 구제하느라 여념이없다.
인도에서는 ‘아바로키테슈바라Avalokite vara’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관음은 구세救世의 신묘한 의방醫方으로, 많은 사람을 병마의 고통으로부터 구제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가 기사회생起死回生의 묘약으로 제시하는 방약의 핵심은 ‘암리타Amrita’라고 불리는 감로甘露이고 그 감로를 늘 호로병에 담아 지니고 다닌다.
은하의 별 정기로 백두산 천지에서 합성되는 감로정甘露精은 모든강·하천을 통해 황해黃海로 모이고 그 바다에서 이뤄지는 소금은 감로정을 머금은 불가사의한 신약神藥으로 부활한다.
버드나무에서 추출한 물질로 아스피린을 만든다는 사실은 그래도 알아들을 수 있겠지만 백두산 천지에서 감로정이 합성되고 감로정이 바다로 모이고 그 결정체인 소금이 대나무통 속으로 들어가 죽염竹鹽으로 부활하는 묘리妙理를 무슨 말로 설명하겠으며, 혹여 설명한다 한들 과연 누가 알아듣겠는가?
세상 사람들이 말하고 듣는 언어로 표현할 길이 없는지라 관음은 말없는 말을 하게 되고 남순 동자는 그 말없는 말을, 들음 없이 듣고 관음의 말 너머의 말과 뜻을 그저 묵묵히 세상에 전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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