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기행-39

류준열
수필가, 여행칼럼니스터
천상병문학제추진위원장
작품집: 무명그림자 외
전 중등교장

강이란 예로부터 문명 혹은 도시의 탄생과 궤를 같이 하기 때문에 대도시에는 어김없이 이 흐른다. 포르투칼 수도 리스본도 예외는 아니다.

리스본의 한강과도 같은 리스본대교 길게 놓인 테주강과 먹장구름 내려와 검게 출렁이는 대서양 서로 만나는 테주강하류, 나비 앉아 있는 모습 본뜬 하얀 건축물, 강과 바다의 경계에서 물위 둥실하게 떠 있다.

유럽과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다양한 건축양식과 조각품 들쭉날쭉 드러낸 벨렘탑.

탑이라고 불리어지고 있으나 탑으로 보이지 않고, 물위에 떠 있는 거대한 성각(城閣)처럼 보이며, 탑 안에서 일어난 환희와 절망의 상반된 흔적 말해주다.

왕족과 귀족 유희를 하거나 들어오고 나가는 배를 위해 환영하고 환송하는 화려한 테라스 위치한 3층 높은 공간은 경쾌한 행진곡과 감미로운 음률 울려 퍼진 천상세계 들어오고 나가는 배의 안전을 위해 포대와 감시대가 위치한 2층 지상 공간은 왁자지껄한 함성과 화약연기 자욱하게 깔린 지상세계.

스페인 지배하의 독립운동가와 프랑스 침략군에 대항한 애국자와 정치적 신념을 지킨 진보주의자 가둔 수중 감옥 위치한 1층 지하는 절망과 절규 메아리치는 아비규환의 지옥세계.

지상에서는 요란한 함성과 경쾌한 음악 울려 퍼지는데 지하 감옥 밀물 들어 닥치며 물 서서히 차오르는 암흑 공간에서 살기 위해 허우적거리며 발버둥치는 모습 선하게 떠오르다.

수백 년간 천상의 환희와 지옥의 절규 소리 번갈아 들으며 가슴앓이로 보낸 벨렘탑, 혼란스럽고 고통스러운 흔적 감추고, 테주강과 대서양 향해 말없이 지켜보고 있다.

*테주강: 스페인과 포르투갈에 걸쳐 흐르는 이베리아 반도에서 가장 긴 강으로 리스본에서 대서양으로 빠져나감

[지중해 3국 포르투갈, 모로코, 스페인 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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