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김용수
한국문인협회, 신서정문학회
국보문인협회 부이사장
남강문학협회 감사

6.복수

2.

신자의 얼굴이 교차된다.

신자는 고소하다는 듯이 웃고 있다.

깔깔 거리면서 웃고 있다. 웃고 있는 저 얼굴에 총을 쏘고 싶다.

아니 총을 쏘기 전에 신자에게 사랑을 확인하고 싶다. 신자도 분명히 자신을 사랑하고 있을 것이다.

신자가 병식이를 사랑하는 것처럼 행동한 것은 그럴 사정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사랑은 저절로 얻어 지는 것이 아니고 쟁취하는 것이다.

이제는 사랑도 미움도 모두가 부질없는 짓이 되어 버렸다.

그러나 잡히기 전에, 사형 당하기 전에 신자의 얼굴을 한 번이라도 보고, 신자의 손을 한 번이라도 잡아 봤으면 소원이 없겠다.

잡히고 난 다음에는 손을 잡아 보는 것은 고사하고 얼굴 한 번 보기도 힘들 것이다.

살인범인 자신에게 신자가 면회를 와 줄 리도 없고 행여 신자가 면회를 와 준다고 해도 무슨 낯짝으로 신자를 볼 것인가?

그리고 신자를 다행히 만난다고 해도 내가 사랑한다고 고백할 수 있을까?

사랑한다고 고백하면 신자가 받아 줄까?

잡히기 전에 서울로 가서 마지막으로 신자를 만나 사랑을 확인해 볼까?

사랑을 확인하면 또 어떻게 할 것인가?

자신이 사라지고 없다면 경찰에서는 제일 먼저 신자 집에 잠복하거나 신자를 미행하다가 신자와 내가 만나는 순간 나를 체포할 것이다.

그러면 신자 앞에서 수갑을 차고 끌려가는 수모를 당하여야 한다.

신자 앞에서 그런 모습을 보여 줄 수는 없다.

행여 신자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면 신자가 경찰에 신고하여 내가 체포되도록 할 것이다.

이 순간 믿을 수 있는 사람은 역시 엄마와 아버지 뿐이다.

아깝고 미련이 남더라도 신자에 대한 사랑하는 마음도 미워하는 마음도 모두 버려야 한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마음속으로 신자의 행복을 빌어 주는 것이다.

병식이는 둘도 없이 친한 친구다.

병식이와 신자가 행복한 사랑을 엮어 가도록 빌어 주어야 한다.

신자가 병식이와 아름다운 사랑을 이어 갈 수 있을까.

갑자기 감정이 북받쳐 오른다.

눈물이 쏟아진다.

경찰에 잡히고 나면 스스로의 판단에 따라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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