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 하영갑
시인, 수필가, 이학박사
시림문학회 회장

  하늘을 맘껏 주름잡는 조류들의 날개 짓은 기가 막힌 비행 실력이다. 철저한 비행계획에 의해 날아다니는 것도 아닌데 숲과 숲 사이 나뭇가지와 전선 사이를 종횡무진 휘돌아 들고 난다.  최근에는 마음먹은 일이 제대로 안 풀려 답답해 하다가 하늘을 물끄러미 보고 있던 내가 철따라 해마다 날아 온 파랑새 떼를 보고 구시렁거린다.
“저렇게 멋지게 생긴 새가 아직까지 친구 하나 자기 집에 초청하고 놀거나 집 떠난 새끼들이 찾아 드는 꼴을 볼 수 없음에도 의좋게 떼를 지어 오가는 데는 어떤 비방이 있을까.” 그들은 여분 있는 방이나 거실이 없다. 지정된 주방도 없을 뿐 아니라 화장실도 없다. 베란다도 테라스도 물론 없다. 육아를 위한 별도의 방은 더더욱 없다. 온 세상을 다양하게 이용한다. 새끼가 날개에 힘 생기면 방안에서 걸음마가 아닌 즉시 자연에서 실행에 들어간다. 인간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아주 작은 집에 살지만 통 크게 산다.

  냇가 방천 둑에 늘어 선 버드나무 높은 곳 띄엄띄엄 보이던 까치집이 나무가 사라지자 전봇대로 옮겨 가고. 마을 뒷산 소나무에 얼기설기 지어진 비둘기 집, 낮은 토종소나무나 가시덤불 밑 땅만 살짝 파고 든 산 토끼집, 초가집 추녀 대신 처마 끝 양철 틈 새 깨어진 벽돌 틈에 튼 참새 집. 새나 짐승도 모두가 제 집짓고 사는데 명색이 인간이 먹고 살기 힘들어 제 집 한 채 장만치 못해 세 들어 사는 고독한 나그네 신세가 되어 있는가 하면. 운 좋아 어미 애비 잘 만나면 집 걱정 밥걱정 없이 즐길 걱정 하는 일이 일상인 상팔자들. 둘이 하나 되어 네다섯 명 자녀 낳고 살던 과거와는 판이하게 한 명도 채 못 낳는 능력 없는 젊은이로 변한 이 시대 어중 잡이들. 모두가 이기심에 가득 차  두꺼운 철판을 얼굴에 가리고 양심은 어디다 두었는지 혼자 앞질러 가고파 독주하는 세상이 되고 있지 않은가.

  누가 누구에게 집 타령인고? 의료기술의 힘이 아니었다면 벌써 사라지고 없을 생명들. 평생 열심히 노력하여 모은 돈으로 구입한 집 당연히 재산목록 1호로 꼽고 있다. 여유 있는 부자들은 고급 주택이나 아파트를 식구 수대로 사들여 여유롭게 살지만 곧, 인구가 모자라 텅텅 빌 집들이다. 그 현장은 시골에 보란 듯이 거미줄 덮어쓴 채 들 고양이들에게 내 주고 있지 않은가? 먹고 살아야 한다는 핑계로 늙은 부모 관심 밖이니 집도 함께 버려졌다. 지역(도시&지방) 균형발전정책은 어디로 누구를 따라 갔는지 모르지만 실체는 없고 흔적만 남아 있는 형태니 마음 풀고 되돌아들도록 권력 잡이에 눈이 멀어 싸움만 하지 말고 힘 있는 누가 좀 제대로 해결해 보렴. 사람이 모일 수밖에 없는 기관이나 시설들 외각으로 좀 옮겨 보면 안 될까?

 이 나라의 미래를 책임 질 청년들이여! 힘든 도시 살이에 목매달고 바늘구멍 찾지 말고 차라리 농어촌에 귀농 귀촌하여 평범하게 자식 낳고 제대로 된 자유 속의 행복 만들어 즐기는 건 어떨까.

  솔직히 말하면 하루 절반 이상은 직장이나 생활현장에서 보내는 우리의 현실이 아닌가. 살림집은 부모가 육아 및 아동기를 지나고 나면 기본 생활에 큰 불편 없는 최소한의 공간만 있으면 되지 않겠는가. 인간은 곤충이나 동물과 다르기에 다용도의 공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것도 최소한의 공간에서 살아간다면 언제 어디서든 부담 없이 구해 살다가 훌쩍 떠날 수 있어 주거 시설은 자신의 큰 재산으로 여기지는 않을 것이다. 한 평생 집 걱정 없이 올차게 열심히 살다가 이 세상 떠난 후 남는 재산은 재물이 아닌 후손에게 기본 터전이 될 수 있는 유형의 아름다움으로 남는 것. 그립도록 그리며 느낄 수 있는 ‘본보기’가 아닐까 한다. 때로는 하늘을 나는 새들의 집도 지켜 볼 일이다. 해마다 재건축이 아닌 재 보수하여 살고 있다. 작고 깔끔한 집 언제 옮겨도 미련 남지 않는 집. 재산이 아닌 ‘기본생활시설’이라는 인식전환이 꼭 필요 할 듯하다.

  고대광실(高臺廣室)의 꿈! 이제 접자. 갈아입을 옷 몇 벌과 몇 켤레의 신발만 둘 작은 공간을 걱정 없이 취해 살 수 있는 세상 빨리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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