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김용수
한국문인협회, 신서정문학회
국보문인협회 부이사장
남강문학협회 감사

6.복수

3.

일이 왜 이렇게 되어 버렸는지 알 수가 없다. 할매를 죽일 이유가 전혀 없었다.

돈을 빼앗았지만 사실 돈이 필요한 것도 아니었다.

어렸을 때 엄마, 아버지보다 더 좋은 사람이 누구냐고 물으면 할매라고 대답할 정도로 할매를 좋아했다. 그런 할매를 자신이 죽였다.

믿고 싶지는 않지만 자신이 할매를 죽인 것은 분명하다. 할매는 죽어 마땅하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태완이는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기회가 닿으면 저 할매가 죽었으면 하고 바란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그냥 바란 것 만이 아니라 자신의 손으로 죽이고 싶다는 생각도 품었었다.

어떨 때는 하루에 열두 번도 더 죽이고 싶은 충동이 일어났고, 그러다가 열두 번도 더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할매는 교묘하게 태완이를 괴롭혀 왔고, 교묘하게 태완이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런 과정을 통하여 할매는 태완이의 넋을 가져가 버린 것이다.

태완이는 할매가 자신을 괴롭히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것을 엄마, 아버지에게 말하여도 믿어 주지 않았다.

세상 사람들은 할매의 큰 사랑 덕분에 자신이 호의호식하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

그것이 벽이었다.

아무런 조건도 없이 베푸는 호의의 뒤에 감추어진 학대를 사람들은 읽을 수가 없다.

태완이 엄마 아버지도 모르는 그 악마의 실체를 세상 사람들이 알 수가 없다.

사람들 앞에서는 지킬 이었고, 단 둘이 있을 때는 하이드로 변한다.

지킬박사와 하이드, 그것이 할매의 실상이었다.

테완이는 그 벽을 넘고자 하였으나 할매의 교묘한 미화에 결국 굴복하고 말았다.

 

할매가 부르면, 할매의 목소리만 들려도 심장이 멎어지는 두려움을 느꼈다.

그러나 그 두려움을 표현 할 수도 없다.

어렸을 때 태완이는 엄마에게 할매가 무섭다는 말을 많이 하였다. 아버지에게도 수없이 호소하였다.

그러나 그들은 태완이의 호소를 투정이라고 생각하였다.

심지어는 동네사람들까지 행복에 겨워하는 투정으로 밖에 생각하지 않았다.

치료를 가장한 끔찍한 고문이 공공연하게 자행되었어도 그것을 고문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장난을 치다가 다리라도 삐면 굵은 대침으로 다리하고 아무 상관도 없는 이마와 목, 관자놀이, 손등, 손바닥에 까지 대침을 맞아야 한다.

그리고 소위 물리치료랍시고 병신이 될 정도 다리를 꺾고 그 고통이 꿈에서도 나타날 정도가 되지만 신기하게도 그렇게 하고 나면 아픈게 빨리 낫기는 한다. 다친 부위가 쉽게 낫기 때문에 사람들은 할매의 고문을 치료행위로만 알 뿐이다.

치료 중에 아픈 표정을 짓거나 비명을 지르면 더 큰 고통이 따른다. 치료를 마치고 나서 행여 아팠다는 말만 해도 그 다음에는 또 보복이 따른다. 치료 중에 비명을 질러도 안 된다, 누가 묻더라도 아팠다는 말을 하면 안 된다. 그것은 할매의 엄명이다.

그 엄명을 어겼을 때에는 철저한 보복이 뒤 따른다.

되풀이된 학습효과의 결과 태완이는 치료 중에는 아픈 표정도 짓지 않는다, 치료 후 물론 아프다는 말도 하지 않는다.

할매의 고문은 완벽한 치료행위로 위장이 된다. 그렇게 참고 나면 반드시 보상이 따른다. 사람들은 고통을 보지 못한다. 고통 뒤에 따르는 보상은 온 동네 사람들이 다 본다.

그리고 모든 사람들이 할매를 칭송한다. 아이들은 태완이를 부러워한다. 태완이는 그렇게 길러졌다.

태완이가 좀 더 성장하고 난 다음에도, 힘으로 할매를 이길 수 있는 나이가 되었지만 할매에게 굴복하고 복종하여야 한다는 본능만 자리 잡고 있다.

그것은 태완이에게 씌어 진 올가미였다. 굴레로 씌어 진 올가미는 벗어 날 수 없다.

그것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두 사람 중 한 사람이 사라져야 한다. 그것은 태완이의 선택이다.

자신이 사라지거나 할매를 사라지게 하여야 한다. 태완이는 이미 오래 전에 선택하였다.

언젠가는 자신의 손으로 할매를 살해하기로.

그 살해의 계획은 구체적인 것이 아니고 태완이의 본능 속에 각인된 예비로서 존재하였다.

그리고 그 예비는 오늘 실행하였고, 드디어 굴레를 벗어났다.

[다음호 계속...]

저작권자 © 경남연합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