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 하영갑

시인, 수필가, 이학박사
시림문학회 회장

삼천리강산 곳곳이 그렇게 다 좋다던데 제대로 다녀보지 못하고 세상을 하직한다는 것은 억울할 일이 아닐 수 없다. 태어나서 무엇이 그리도 바빴는지 돌이켜보면 어지간히 바보처럼 엉뚱한 짓 많이 하고 살았지. 자신이 못 깨달았으면 누구한테 제대로 물어나 보고 살지.
‘네 주위가 그렇게 메말랐더냐’ 고 누가 물으면 도리 없이
“네”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다.

  인간 만들 거라고 공부하는데 20여년, 먹고사는데 바빠 약30여년을 발등에 불을 끄고 나니 자신에게 붙어 있는 모든 것이 흐리멍덩해져 있다. 태어나서부터 볼 것 못 볼 것을 구분 없이 보아 온 세월이 무던히도 길어 이제는 눈도 탁해져 제대로 볼 줄 모르고 늙으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지금이라도 맑은 하늘과 물 · 풀 나무가 편하게 자리한 좋은 경치 좀 보고 삭아 든 눈, 씻을 기회를 가짐이 필요하다. 얇은 귀 두터운 귀,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귀동냥에 희비가 엇갈려 살아온 세월 이제는 말 같은 말, 진솔하고 편하게 들을 수 있는 자연의 소리와 마음이 정갈해 지는 소리, 고운 음악을 들으며 먼지 묻은 귀를 깨끗이 씻음이 절실히 요구된다.

 못할 말, 안 할 말, 상대방 가슴에 비수를 꽂을 말, 심지어 거짓말까지 하여 남에게 없는 죄까지 만들어 덮어씌워 돌이킬 수 없는 한을 만들고. 먹어서는 안 될 음식, 시도 때도 모르고 배가 불러 헐떡일 때까지 귀한 몸이야 상하든 말든 생각 없이 먹기만 했던 입에도 큰 칫솔 물려 수 십 시간을 양치질해서라도 씻어내려야 하지 않을까.

 공부머리, 일머리, 큰 꾀, 잔꾀 머리 썩혀 살아 왔지만 그 머리로 진정한 행복과 안녕을 일구었는가? 이젠 그 난잡하고 허황된 문제들 모두 버리고 비워 단 1년을 살아도 맑은 공기로 머리카락 털털 털며 좀 살자. 늦었지만 소견머리 좀 든 사람으로.

 이를 어쩌랴. 틀어지고 돌아가고 쭈그러든 이 손. 가난 때문에 걸음에 지치고 작은 신발 억지로 신어 비뚤어진 발가락, 빠지거나 두꺼워진 발톱과 헤어 갈라진 뒤꿈치 깨끗이 씻고 영양제 듬뿍 발라 터진 골 메우고. 힘든 일에 시달린 이 몸도 유효기간까지 큰 탈 없이 쓸 수 있도록 제대로 좀 먹고 가벼운 운동으로 건강한 몸 유지하며 살자. 젊은 시절 멋 부릴 당시를 끌어 당겨서라도.
  이제 제대로 보고 듣고 말 할 수 있도록 다시 한 번 만져보고 씻고 다듬어라. 내일 아침에 뜰 해가 부끄럽지 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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