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김용수
한국문인협회, 신서정문학회
국보문인협회 부이사장
남강문학협회 감사

7. 유혹
1. 
할매를 산에서 만나는 순간까지 태완이는 순수하고 착한 시골의 평범한 청년이었다.
태완이가 “할매. 뭐 해요”하고 부를 때 할매가 평범하게만 대했어도 일이 이 지경으로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할매를 보는 순간 할매는 당황한 나머지 세고 있던 돈을 꼬쟁이 속으로 쑤셔 넣으면서 나물을 캐러 왔다고 거짓말을 했다.
태완이도 단박 알아차렸다.
태완이를 보는 순간 할매는 돈을 보이지 않으려고 황급히 돈을 속옷에다 감추었고, 약초는 돈이 되기 때문에 돈이 되는 약초를 캐러 왔다고 하면 돈을 많이 버는 줄 알 것이므로 그런 느낌을 주지 않으려고 산나물을 캐러 왔다고 거짓말을 했다는 것을.
그리고 할매는 나물을 캐지도 않으면서 나물을 캐는 척하면서 태완이로부터 벗어 날 궁리만을 했다는 것을. 일련의 할매 행동을 보는 순간 태완이는 할매가 자신을 도둑이나 강도쯤으로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갑자기 배신감이 들었다.
세상의 여자들이란 나이가 많거나 적거나 간에 일단 거짓말부터 해 놓고 보는 족속들이란 생각도 들었다.
올가미를 만들어 할매가 일어나기 전에 몰래 다가가 할매의 목에 올가미를 걸고 숨이 끊어 질 때 까지 잡아 당겨 숨통을 끊어 놓아야 한다.
그러나 이미 태완이의 행동을 경계하고 있던 할매는 태완이가 자신의 목에 칡넝쿨 올가미를 거는 순간 목을 움츠리면서 번개 같은 동작으로 머리 위로 덮쳐지는 올가미를 단숨에 벗겨 버렸다.
그리고 곧바로 일어나 망태기도 팽개친 채 도망을 가려고 했지만 두 발짝도 떼기 전에 태완이는 옆에 있던 지게작대기로 할매의 앙상한 두 다리를 후려갈기면서 작대기에 힘을 모아 제끼자 할매는 맥없이 자빠진다.
자빠진 할매는 어디서 그런 힘이 났는지 다시 벌떡 일어나 냅다 달리기 시작한다.
그러나 70먹은 노파와 20대의 팔팔한 청년의 달리기는 보지 않아도 결과는 이미 정해져 있다.
뒤 따라 쫒아가는 청년의 손에는 시퍼렇게 날이 선 낫이 들려 있었고, 순식간에 앞길을 막아 선 태완이는 낫으로 할머니의 가슴팍을 향해 내리 찍는다.
그러나 낫은 가슴으로 향하지 않고 왼쪽 어깨죽지 부분을 찍었고, 낫은 할매의 얇은 가죽을 지나 푸석푸석해 진 쇄골을 단박에 부수고 견갑골 사이로 세차게 박혔다.
1차 낫 공격으로 기선을 제압한 태완이는 재빨리 낫을 빼서 다시 휘둘렀는데 이번에는 낫이 오른쪽 쇄골을 부수면서 오른쪽 어깨 죽지에 박혔다.
사람들 말로는 칼로 배를 찌르면 칼이 잘 빠져 나오지 않는다고 하였지만 그것은 거짓말 같다.
태완이가 낫으로 왼쪽 어깨와 오른쪽 어깨를 번갈아 찍으면서 낫을 빼기 위하여 뒤쪽으로 조금만 힘을 주면 낫은 생각보다 쉽게 빠졌다.
그리고 이번에는 단번에 숨통을 끊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왼쪽 귀밑의 목부분 동맥을 향하여 낫을 찍었는데 이 때 할매가 갑자기 몸을 돌리는 바람에 낫은 정확하게 목의 정중앙 부위로 들어간다.
태완이는 꿈에 신자에게 총을 쏠 때와 어쩌면 그렇게 꼭 같은 지 신기하다는 생각이 든다.
태완이가 다시 공격하기 위하여 낫을 빼자 비로소 할매의 목에서 피가 나오기 시작하였고, 할매의 양쪽 어깨쭉지 부분의 옷이 시뻘겋게 피로 물들기 시작하였다.
“태완아, 왜 그래, 이 할미가 잘못했다, 할미를 용서해 다오”
할매는 다급한 나머지 잘 나오지 않는 목소리를 쥐어짜면서 공포에 질린 목소리로 호소를 한다.
“할매, 내 이름을 부르지 마요, 내가 할매를 죽이려는게 아니고 신자년을 죽이려고 하는 것이라요”
“태완아, 태완아 내는 신자가 아니고 할맨기라, 무맹할맨기라”
“아이 씨, 이름을 부르지 말라니까 그러네, 그라고 할매, 할매 한테는 미안한데 내는 신자한테 감정이 있는 기라, 신자가 낼 무시했다 아잉교”
“나는 신자를 사랑하는데 신자가 나를 배신하고 병식이에게 가버렸다 아입니꺼, 나는 그 복수를 하는 기라예” 라고 하고 싶었으나 그 말은 차마 나오지 않는다.
이제는 끝을 내어야 한다.

[다음호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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