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로부터 석창포는 동서양(東西洋)을 불구하고 귀중한 약재로 취급을 받아왔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복통(腹痛) 치료와 향수 원료로 활용했다는 기록이 있다. 그리고 파이프 담배의 향료는 물론 심지어 성 기능을 촉진하는 약으로 활용되었다.
  유럽에서는 포도주를 만드는 데 사용했고, 인도에서는 구토제와 흥분제, 강장제 및 소화제 등으로 쓰였다. 인디언 전설에서도 전염병이 돌아 인디언 모두 죽게 되었을 때 꿈에 쥐가 나타나 석창포 뿌리를 약으로 먹으면 된다고 하여 부족들의 병을 치료했다고 전해진다.
  아랍에서는 결석을 없애는 목적으로 사용하였고, 이를 튼튼하게 하려고 이가 나는 어린이에게 석창포를 입에 물게 했다. 중국에서도 일찍이 신농본초경이라는 가장 오래된 본초학 서적에서도 석창포를 언급할 정도로 귀중한 약재였다.

계곡의 석창포  (사진제공 강신근)
계곡의 석창포 (사진제공 강신근)

  특히 옛날 과거를 준비하던 선비들이 애용하던 총명 탕의 주재료가 석창포이기도 하다. 총명탕은 잘 잊어버리는 증상을 치료하며 오래 복용하면 천 단어를 외울 수 있다고 할 정도로 기억력을 촉진하는 효능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석창포는 오래 먹으면 늙지 않고 신선(神仙)이 된다고 전해오는 약초다. 도가(道家)의 경전을 집대성한 책인 「도장(道藏)」에는 석창포를 먹고 신선이 된 사람의 애기가 여럿 나온다.
    「포박자(抱朴子)」에는 “한중이라는 사람이 12년 동안 석창포 뿌리를 먹었는데 온몸에 털이 나고 겨울에 속옷만 입어도 춥지 않았으며 하루에 만 자가 넘는 글을 쓸 수 있었다.”라고 적혀 있다.
  「도장(道藏)」에는 “석창포는 온갖 물풀의 정기가 모인 것으로 신선이 되게 하는 영약(靈藥)이다. 물가 돌 위에서 자란 작고 단단하며 고기 비늘처럼 생긴 것을 캐내어 쌀뜨물에 하룻밤을 담가 두었다가 껍질을 벗기고 말려 곱게 가루를 만든다. 이 가루 한 근을 찹쌀죽에 넣고 끓여 물을 넣고 반죽하여 오동나무 씨 크기의 알약을 지어 자루에 담아서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두어 말린다. 이것을 날마다 아침에 20개씩 먹고 저녁에 잠자기 전에 30개씩 먹는다. 한 달을 먹으면 흰머리가 검어지고 골수가 차며, 얼굴빛이 고와지고 빠진 이가 다시 돋는다. 오래 먹으면 늙지 않고 추위와 더위를 타지 않는다.”
  「선신은서(仙神隱書)」라는 책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석창포를 심은 화분을 책상에 두고 밤을 새워 책을 읽어도 등잔에서 나오는 연기를 석창포가 다 빨아들이므로 눈이 피로하지 않다. 또 석창포 화분을 별이 잘 보이는 바깥에 두고 아침마다 잎끝에 맺힌 이슬로 눈을 씻으면 눈이 밝아져서 오래 지나면 한낮에도 별을 볼 수 있다.”
  「천금방(千金方)」이라는 중국 의학책에 다음과 같은 말이 적혀 있다. “1촌(2.25cm = 손가락 한 마디))에 아홉 마디가 있는 석창포를 백일 동안 그늘에서 말려 가루를 내어 한 번에 한 숟가락씩 하루 세 번 먹는다. 오래 먹으면 귀와 눈이 밝아지고 머리가 총명해지며 기억력이 좋아진다.”
   「동의보감(東醫寶鑑)」에는 “석장포는 성질은 따뜻하고 맛이 매우며 독이 없다. 심규(心竅)를 열어 주고 5장(五臟)을 보(補)하며 9규(九竅 = 인체에 있는 아홉 개의 구멍으로 눈, 코, 입, 귀의 일곱 구멍과 요도, 항문을 가리킴))를 잘 통하게 하고 귀와 눈을 밝게 하며 목청을 좋게 하고 풍습(風濕)으로 전혀 감각이 둔해진 것을 치료하며 뱃속의 벌레를 죽인다. 이와 벼룩을 등을 없애며 건망증(健忘症)을 치료하고 지혜를 나게 하며 명치 밑이 아픈 것을 낫게 한다.”라고 기록하고 있다.
  석창포(石菖蒲)는 우리나라 중부 이남의 산지나 들판의 냇가에 자생하는 천남성과 상록(常綠)의 여러해살이풀이다. 이름대로 산골짜기의 물살 센 바위틈 같은 곳에서 흔히 자란다. 대개 ‘창포(菖蒲)’ 하면 수릿날(음력 5월 5일 단오절의 우리말)에 아낙네들이 창포 삶은 물에 머리를 감은 옛 풍습을 생각하기 쉽지만, 여기에서 말하는 석창포는 머리 감는 창포와는 다른 풀이다.

가공된 약용 석창포 (사진제공 강신근)
가공된 약용 석창포 (사진제공 강신근)

  석창포는 생명력이 몹시 끈질기다. 물이 없는 곳에서도 잘 자라며 번식력이 좋고 성질이 강인하여 여간해서는 죽지 않는다. 불로 태워도 여간해서는 죽지 않고 뿌리를 캐어 내도 작은 뿌리 하나만 흙 속에 있으면 살아난다. 심지어는 뿌리를 파내어 두 달쯤 햇볕에 말렸다가 심어도 다시 살아난다. 이 불가사의한 생명력에 신비로운 약효가 감추어져 있다.
  석창포는 우리나라의 남부지방의 산골짜기에 흔한 풀이다. 그러나 이것을 약초로 알고 이용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야산 계곡, 논밭 주변에 수북하게 자라서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골칫거리로 알려져 있다. 추운 환경에서 자란 것이 마디 사이가 짧고 약효가 높다. 요즈음엔 중국에서 수입한 것이 흔히 유통되고 있으나 이것은 약초로서 가치가 거의 없다.
  석창포(石菖蒲)는 그 성질이 따뜻하고 맛은 맵다. 가슴 위쪽으로 생긴 온갖 질병을 치료하고 막힌 것을 뚫으며 열을 내리고 위장을 튼튼하게 하고, 우리 몸의 노폐물인 담음(痰飮)을 삭이며 체한 것을 내리는 작용이 있다. 마음을 굳게 하고, 귀먹은 것, 귀울림(이명 = 대개 간과 쓸개의 뜨거운 기운이 위로 치밀어 오르거나, 간과 신장의 기운이 부족하여 생기는 경우가 많음), 종기, 악창을 치료하며, 눈과 귀를 밝게 하고, 목소리를 좋게 한다.
  석창포(石菖蒲)는 뇌 신경의 피로를 풀어 주는 효과가 탁월하다. 뇌 신경이 피로하면 정신이 흐릿해지고 귓속에서 바람 소리나 물소리 같은 것이 들리며, 구토가 나며 밥맛이 떨어지고 소화가 잘 안 되며 기억력이 없어지고, 현기증이 자주 나는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이럴 때 석창포 뿌리를 먹으면 머리가 맑아지고 기억력이 좋아지며 마음이 안정된다. 수험생이나 머리를 많이 쓰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에게 매우 좋은 약초이다. 어떤 사람이든지 석창포를 오래 먹으면 머리가 총명해지고 눈이 밝아지며 기억력이 좋아진다. 어쩌면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많은 돈을 들여 과외공부를 시키기보다는 석창포를 먹게 하는 것이 더 현명한 방법일 수 있다.
  석창포(石菖蒲)는 건망증을 치료하고 두뇌를 총명하게 하는 약으로 옛날부터 이름이 높다. 한약에 총명탕이라는 약이 있다. 이 약은 석창포와 원지, 그리고 죽은 소나무 뿌리에 기생하는 복신(茯神)을 각각 같은 양으로 거칠게 빻아서 한 번에 12~20g씩 물에 달여서 빈속에 마시거나 보드랍게 가루 내어 8~10g씩 찻물에 타서 하루 세 번 먹는 것이다. 이 약을 먹으면 차츰 머리가 맑아지고 기억력이 좋아지며 뜻이 굳세어진다. 어려서부터 석창포를 계속 먹으면 머리가 영리해질 뿐만 아니라 일체의 잔병을 앓지 않는다. 석창포는 태음인과 소음인 체질에 좋은 약초이며, 가공할 때는 쇠로 된 물질에 닿으면 약효가 줄어든다.

석창포 가공 전 뿌리  (사진제공 강신근)
석창포 가공 전 뿌리 (사진제공 강신근)

석창포는 항암 효과가 강하여 중국이나 북한에서는 암 치료약으로 쓴다. 석창포 달인 물이 암세포를 죽이는 것으로 확인되었는데 석창포의 정유성분(주 성분은 ‘아사론’)에 진정작용이 있어 마음이 불안한 암 환자에게 쓰면 더욱더 좋다고 한다. 석창포를 끓일 때는 5분 이상 끓이지 않아야 석창포에 있는 약효를 얻을 수 있다.
  처방전을 정리하면 1) 귀울림(이명), 건망증에는 ‘창포울금탕’으로 처방에는 울금, 반하, 죽력, 강즙(생강즙) 등이며, 2) 불안증세, 간질, 치매 등에는 ‘안신정지환으로 처방에는 원지, 용치, 복령, 복신, 주사 등. 3) 가래가 많고, 식욕부진, 가슴의 답답함에는 곽향(방아풀), 후박피, 진피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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