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 박종범
정치학 박사
전 주중국대사관 공사
통일지도자 아카데미 부원장

논설위원 박종범

지난 4.15 총선 이후 이 나라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정부‧여당의 행위는 파행적인 모습으로 국민을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한마디로 ‘눈 감고 앞으로’라는 표현이 어울린다. 한 치의 머뭇거림도 없이 달려 나가는 이 정부와 여당의 일방적인 독주의 배경은 어떤 신념에 찬 행위로밖에 설명되지 않는다. 조금이라도 의견을 모으거나 토의하거나 검토하는 모습은 보기 어렵다.

총선에서 범여가 뭐든지 행할 수 있는 180석을 상회하는 절대다수를 차지했지만 당시 이상하리만치 조용했었다. 개표가 끝날 무렵 촬영된 여당 진지의 모습이 모든 것을 설명해 준다. 기쁨보다 뒤통수를 맞은 것 같은 의아한 표정이었다. 그렇게 어이없어 하던 그들이 최근 머리를 꼿꼿이 들고 맹목적으로 돌진하며 여론을 호도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거짓말을 덮기 위해 새로운 거짓말을 지속적으로 만들어 내는 것과 같은 이치다. 아직도 이해되지 않는 현상은 180석을 호언장담했던 여당의 예측이 그대로 들어맞은 점이다. 강력한 선거부정 주장이 있지만 부정의혹으로 선거에 패배한 정당도, 당사자들도 모두 입을 닫고 있고, 그간 우파로 알려진 일부 유투버들도 앞장서서 부정선거가 아니라고 했었다. 아직도 그 같은 인식을 고수하는지 묻고 싶다. 오로지 자유민주주의체제가 흔들릴 것을 우려하는 국민들과 시민단체들만이 지속적으로 부정선거 의혹을 강력하게 제기하고 있고, 많은 증거물들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 재검표를 하자는 주장에도 정부‧여당이 장악하는 선관위 측이 지극히 소극적이다. 부정선거 의혹은 다음 대선 때까지 꺼지지 않고 제기될 것이지만 정부‧여당의 속셈은 빨리 공수처를 만들어 재검표나 의혹이 밝혀지기 전에 공안정국으로 몰고 가서 시간을 끌어 이를 무마하려고 할 수도 있다.

정부‧여당은 뭔가 시간표가 있어 쫓기는 것 같으며, 아랫돌 빼서 윗돌을 막는 것 같은 행위들을 무차별 쏟아내고 있다. 코로나 19의 병풍(病風)은 정치적 시간계산을 하는지는 모르나 중요한 시기마다 쏟아져 나오고 있으며, 권력형 비리는 검찰을 장악하기 위해 ‘검언유착’을 강조해 왔으나 한동훈 고검장의 휴대전화 유심 칩 압수과정에서 나타났듯 억압적으로 ‘뒤집어씌우기’ 전략 속에서 ‘권언유착’이 실행되는 것처럼 보인다. 모처럼 검찰총장이 신임 검사 신고식에서 “민주주의는 허울 쓴 독재를 배격해야 하는 것”이라는 마땅한 발언을 하였건만 여당에선 공직자의 정치적 발언이라며 사퇴 운운하는 등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거짓이 판치는 세상에선 진실을 말하는 것이 혁명”이라고 한 조지 오웰의 지적은 아주 정확한 표현 같다. 마침내 국내 실물경제의 앞날이 어두워지기 시작하자 갑자기 메가톤급 부동산대책이 나왔다. 모든 잘못을 전 정권이나 일부 부유층에 전가하는 이념적인 부동산 정책에 대해 30~40대 세대들이 “나라가 니꺼냐”고 한탄하자 이번에는 그린벨트 해제와 용산 캠프킴 미군기지 등 군용지를 징발하여 주택지로 삼는 안을 들고 나왔다. 미군과 협의도 안 된 미군기지도 포함돼 있다고 한다. 최후의 수단으로 다시 꺼내 든 세종시 수도이전 건은 이미 위헌 판정이 난 바 있지만 여당의원들이 벌떼처럼 지지하고 나섰다. 도대체 덮고 또 덮어가려는 여론호도의 끝이 어딘지 알 수 없다. 무엇을 숨기려고, 무슨 지령을 받기라도 한 것처럼 그러는지 알 수 없다. 원전을 폐기한 대신 에너지원으로 숭상되는 태양광 시설물들은 산간 곳곳을 파헤쳐 새로운 환경파괴를 가져오고, 태풍과 큰 비에 허물어져도 언론에 보도되지 않고 있다.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추행 사건은 진행조차 되지 않고 있으며, 자살하였다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사건은 피해여성의 변호사가 친여 시민단체에 고발되는 처지이며, 박원순에 대해서는 그 업적을 기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가치가 전도된 거꾸로 돌아가는 세상인 것 같다.

1940~1950년대 루스벨트와 트루먼 시절에 미국은 적국에 충성하는 민간인 공산당원의 침략을 받고 있었으며, 행정부 안에는 수백 명의 소련 간첩들이 들어붙어 원자탄, 군사문제, 레이더, 항공, 로켓 프로그램 등 기술적 정보를 닥치는 대로 훔쳐 소련으로 퍼 날랐다고 한다. 그래서 6.25 전쟁 당시 중공군의 한반도 진입 시 압록강 다리를 폭격하여 고사시키려 했던 맥아더 장군의 명령도 사전 유출됐으며, 명령 4시간 후 항공기들이 폭격 임무로 출격하려 할 때 국무장관 조지 마샬에 의해 취소됐다고 한다.

지금 국내에 북한의 간첩 같은 자들이 벌집처럼 진을 치고 기회마다 여론을 호도하려 하지만 국가정보원은 대공기능을 경찰로 이관한다고 한다. 지금의 한국 상황이 당시의 미국과 유사한 건 아닌지 개탄스럽다. 분명 정부‧여당은 국가 장래에 대한 걱정보다는 시간적으로 다급하며 쫓기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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