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가 류갑숙
낙동강환경문학회 이사
경남생태환경문학회 이사
경남기독문학인회 수필분과 회원

수필가 류갑숙
수필가 류갑숙

보통 나이가 들면 스스로 늙어간다고 생각한다. 동시에 생로병사에 순응하면서 자신을 추슬러야 순리에 따르는 삶이라 믿는다. 옳은 태도다. 허나 나이가 많다는 것은 경험과 경륜이 쌓였다는 것. 이 또한 사실이다.

청춘은 늙음이나 죽음을 생각하지 않는다. 어느 날 문득 나도 제법 나이가 들었다는 자각을 해야 비로소 인생의 유한함과 늙음, 이런 것을 생각하게 된다.

문제는 몇 살에 무얼 하고 언제 어떻게 해야 한다는 인생의 커리큘럼이나 매뉴얼이 없다는 것. 남의 인생을 참고하거나 스스로 문제의식이 생기면 다행이지만, 대부분은 그저 타성으로 그날그날을 살아간다.

그러다가 어느 정도 나이가 들고 경륜이 쌓이면, 젊은 날 느끼지 못한 인생의 깊이를 깨닫게 된다. 직업이나 학식에 상관없고, 폭이나 방향 또한 천차만별이지만 생의 깊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라면, 나이도 한번 먹어볼 만하다. 한데 여기에 철학이 필요하다는 것!

“인생은 늙어가는 게 아니라 포도주처럼 익어가는 것”이라고 유명한 성경학자이자 철학박사 데릭 프린스가 말했다. 인생이 포도주처럼 익으려면 새벽 창밖의 뻐꾸기 소리가 진실로 나를 반겨 부른다는 느낌이 와 닿아야한다.

나이가 들어도 낭만이 살아 있어야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게 호락호락 되지 않는다.

자연이 나와 한 몸이란 사실을 알려면 마음을 비워야 하므로...

40년 가까이 보건복지에 종사한 후 퇴직으로 지금 또한 노인복지 업무에 종사하고 있지만 노인과 나이, 세월에 관해서는 아직 문외한인 것 같다. 마음을 비우려 성직의 길을 내 딛고 있지만, 이 또한 공허할 뿐이다.

결국 우리의 인생은 덤이라는 얘기다. 세월에 찌들거나 한탄하는 노인은 젊은이의 짐일 뿐이고, 잘 익은 노인은 젊음의 말없는 스승으로 오래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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