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학 박사 조문주
초등교육코칭연구소장
시인

교육학 박사 조문주
교육학 박사 조문주

“나는 그렇게 말 한 적이 없는데 그리 말했다고 남편이 물고 늘어지네요.”
이혼을 요구하는 남편과 이혼을 하고 싶지 않은 아내가 부부코칭 요청을 한다. 서로 자기는 잘못이 없다고 한다, 남편이 네가 그랬잖아 하니까 아내는 과거 통화내역 뒤지며 들어봐라 그게 아니잖아 한다. 정확한 사실이 필요하단다. 진짜가 중요하다고 한다. 과거의 것을 용서할 수 없느냐고 하니 따질 건 따져야 한다고 한다. 지가 잘못해 놓고 나보고 잘못했다고 덮어씌우는 사람하고는 같이 살기가 싫다고 한다. 남편은 신혼여행 때 실수한 걸 평생 되뇌는 아내에게 할 말을 잃는다고 한다. 아내는 애 낳을 때 남편이 옆에 있지도 않고 친구들과 술 마시고 있었던 그런 사람이라 애정이 없다는 말을 한다.
“그때 미안하다고 했는데도 툭하면 그런 것들을 들추어내서 민망하게 합니다. 타임머신 타고 가서 돌릴 수도 없는데 말입니다.”     
그냥 웃으며 흰 종이를 내밀고 자기의 모습을 그려보게 했다. 남편은 대충 그린다. 아내는 예쁘게 그리려고 노력중이다. 다시 다른 종이를 주며
“방금 그린 그림을 이 종이에다 똑같이 그려볼래요?”
순간 당황한다. 어떻게 똑같이 그릴 수 있느냐고 한다. 그래도 노력해보라고 했다. 똑같지가 않다. 똑같은 종이와 펜으로 자기가 그리는데 어찌 다를 수가 있냐고 했다. 다시 한 번 더 그리게 해도 다르다.
“내가 그린 그림도 똑같이 그리지 못하면서 과거의 마음이 똑같이 지금 그대로이길 바라는 건가요?”
마음이란 형체가 정해진 게 없어서 하늘의 날씨와도 같이 변화무쌍한 거 아닐까하고 물었다. 비올 때도 있고 해날 때도 있듯이 좋았다가 싫었다가 할 수도 있지 않느냐고 물으니 그럴 수 있다고 한다. 어제 비 왔다고 오늘 젖느냐고 물었다. 그건 말도 안 되는 거라고 한다. 어제 비가 왔지만 오늘 비가 오지 않으면 젖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우리 마음 날씨도 어제 흐렸지만 오늘은 맑음 일 수 있지 않느냐고 하니 그냥 웃는다. 결혼 약속 할 때처럼 우리가 항상 좋을 수만은 없는 것이다. 어제의 일은 어제로 끝내고 지금 여기서 다시 시작하는 거다. 우리는 날마다 다시 태어나는 마음으로 하루를 맞이해야 하는 것이다.      
“야구 경기처럼 비디오 판독해야 할까요?”
지난 일로 그때 잘 했느니 못했느니 따지게 되면서 대화가 끊어지고 불화가 비롯되는 것 같다고 한다. 자동통화녹음 파일을 끄집어내어 진위를 따지면 더욱 난감해진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정이 뚝뚝 떨어진다는 것이다.
어제 일을 들추어내어 판단하려 하는 것은 어제 내린 비로 오늘 젖는 게 아닐까. 서로 용서하고 이해하며 보듬어 가다보면 없던 사랑도 생기는 것이다. 상대방에게서 덕을 보려하기 보다 내가 덕을 보여주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서로 보듬어주는 마음이 필요한 것이다. 부부 사이에 용서 못할 일이 무엇이겠는가?
오늘 비가 와도 함께 우산을 쓰고 갈 수 있는 것이 부부다. 어제 일 때문에 오늘 눈물로 젖지 않도록 서로 알아차려야한다. 누가 잘하고 못함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럴 수도 있음을 인정하며 멈추고 알아차려야한다.
지난 일로 오늘 울지 않도록 서로 먼저 멈추고 알아차리는 것이 지혜로운 삶의 방법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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