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원장 양준모
창원 자윤한의원

 

  과민성 방광 증후군(過敏性膀胱症候群)은 소변을 참을 수 없어 화장실에 수시로 들락거리게 되는 절박뇨, 소변이 조금씩 새기도 하는 요실금, 소변을 자주 보게 됨으로 인하여 잠을 이루지 못하게 되는 야간뇨 등으로 삶의 질을 심각하게 낮추게 되는 질환이다. 방광염인가 싶어 검사를 받아도 염증이나 세균으로 발병하는 것이 아니므로 이상소견이 발견되지 않고, 방광이 예민해지면서 작은 자극에도 쉽게 소변이 마렵게 되는 등, 방광에 소변이 차는 것 자체가 자극이 되어서 발생하는 질환이다. 이 병은 여성이 남성보다 흔하며, 나이가 들수록 유병율(有病率) 또한 높다. 특히 폐경기 전ㆍ후로 자주 내원하여 치료를 받아야 함으로, 한창 사회생활을 하는 나이에는 큰 문제가 된다. 어디를 가나 수시로 화장실을 들락거리고 장기간 이동이 어려운 현실적인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병 자체가 삶의 기본적인 요소에 영향을 주게 되어 우울증(憂鬱症)을 동반하는 경우도 있다.

  양방에서는 항콜린제(anti cholinergic agent) 약물을 일차적으로 사용하며, 심할 경우 우울증 약을 처방하기도 한다. 특히 항콜린제는 쉽게 장기간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이 항콜린제가 인지장애뿐만 아니라 치매 위험도를 높인다고 국내ㆍ외에서 주기적으로 연구보고가 된다는 점이다. 2006년에는 항콜린제를 장기간 사용하게 되면 경도의 가역적인 인지장애를 유발한다는 연구가 있었고, 2015년에는 항콜린제를 장기간 사용한 경우나, 자주 사용할수록 비가역적인 치매 위험도가 높아졌다는 논문이 미국 의학협회지(Journal of American Medical Association: JAMA)에 게재되었다. 단지, 고(高) 용량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저(低) 용량이더라도 장기간 사용하게 되면 치매 발생 위험이 크게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국내 관련 연구 중 2019년에 서울대에서 약 20만 건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60세 이상인 사람이 항콜린제 약물을 120일 이상 복용한 경우는 10일 이내로 복용한 경우보다 치매 위험이 83%로 매우 높았으며, 50일 이상 복용한 경우는 43% 이였다는 것이다. 환언하면, 과민성 방광 증후군 약으로 항콜린제를 처방받아 한두 달만 복용하더라도 치매 위험이 현저하게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항콜린제 약물은 과민성 방광 증후군에 쉽게 사용되며, 1년 이상 장기간 복용해야 하는 질환이라는 인식 때문에 과민성 방광 증후군 환자들은 치매 위험에 쉽게 노출되어 있는 것이 현실인데도 이에 대한 위험성은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것 같다. 한의원에 내원하는 환자들에게 물어봐도 입 마름 등의 부작용은 알아도 치매 위험성에 관한 것은 금시초문(今始初聞)이라는 인 경우가 많다.

  요약하면, 과민성 방광 증후군은 삶의 질을 심각하게 저하시켜 환자의 일상생활에 문제가 생기고, 나아가 우울증이 생길 수도 있다. 다행히, 한방(韓方) 치료가 잘 되는 질환들 중 하나이므로 환자의 치료 선택사항(option)으로 추가되고 있다. 실제로 한의원에 내원한 환자들의 만족도가 대체로 높은 편임을 감안하여, 치매에 대한 우려가 평소에 있다면 먼저 한방 치료를 받아보는 것을 권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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