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김용수
한국문인협회, 신서정문학회
국보문인협회 부이사장
남강문학협회 감사

7.유혹

1.

태완이는 할머니의 고쟁이 바지를 잡아 훌렁 벗겨 낸 후 할매의 얼굴에 던져 흉악한 몰골의 얼굴을 가린다. 고쟁이가 벗겨지면서 빨간 내복도 함께 벗겨졌지만 속고쟁이는 무릎쯤에서 더 이상 벗겨지지 않아 할매는 아랫배부터 무릎까지 옷이 모두 벗겨진 상태가 되었다.

순간적으로 할매를 강간하여 살해한 것으로 위장하므로서 수사에 혼선을 줄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것은 죽은 할매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할매의 상체는 한군데 성한 곳이 없을 정도로 처참한 상처를 입었지만 아랫배 부분부터 그 밑으로는 상처를 입지 않아 하얀 속살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태완이는 할매의 속고쟁이를 꺼집어 올려 아랫도리를 가려 준 후 두 발목을 잡고 질질 끌어 땅이 약간 움푹 패인 곳에 쳐 박듯이 쑤셔 넣고는 옆에 있던 나뭇잎으로 할매의 시신을 대충 가린다.

할매의 체구가 워낙 작아 조그만 구덩이에도 안성맞춤으로 쏙 들어간다.

나뭇잎으로 시신을 덮으면서 살인의 현장을 지워가는 도중에 중 태완이는 문득 하늘을 바라보며 중얼거린다.

할매, 미안해. 결국 이렇게 될 운명인가 봐. 할매도 예상했지요? 이런 결말을.”

 

한바탕 소나기가 내릴 것처럼 우중충하던 하늘의 구름은 어느덧 먼 산으로 다 넘어가 버리고 맑고 깨끗한 하늘은 푸르기만 한데 중천에 뜬 해는 나뭇가지 사이로 햇살을 잘게 쪼개어 살창이 되어 날아온다.

태완이는 얼른 고개를 숙여 날카로운 살창을 피한다.

 

2.

포승줄에 묶인 채 경찰관의 지시에 따라 범행을 재연하였다.

기억하기도 싫은 찬새매로 경찰관에 이끌려 다시 왔다.

동네 사람들도 우르르 현장으로 따라와서 태완이에게 나쁜 놈, 그렇게 착한 할매를 죽이다니.. ”등의 욕설을 퍼부어 댄다.

다들 아는 사람들인데, 전에는 착하다고 떠들어 대던 사람들이 태완이에게 대 놓고 욕을 한다.

욕을 하는 저 입을 낫으로 쪼아 주고 싶지만 수갑을 차고 포승줄에 매였으며, 포승줄의 끝 가닥을 경찰관이 꼭 붙잡고 있기 때문에 그들을 때려 줄 수가 없다.

모든 사람들 눈에서 붉은 피가 쏟아져 나오는 것 같다.

그러나 그 눈빛들은 태완이를 잡아먹으려고 하는 승냥이들의 눈빛이었다.

동네 사람들 틈에서 아버지 어머니를 찾으려 하였지만 아버지, 어머니는 보이지 않는다.

그냥 눈을 감아 버리는 것이 편하다.

경찰관이 올가미를 만들어 보라고 하여 올가미를 만든다.

그리고 할머니의 대역인 마네킹을 보여 주면서 마네킹의 목에 걸어 보라고 한다.

마네킹의 위치가 원래 할매가 앉아 약초를 캐던 곳과는 영 달랐지만 이를 지적할 경우 공연히 시간만 걸리므로 빨리 이 상황을 벗어나고픈 생각에서 그냥 시키는 대로 한다.

이어서 신문지를 착착 접고 1/3지점에서 꺾은 것을 주면서 마네킹의 가슴을 찍어 보라고 한다. 낫이라고 만든 것이다. 종이 낫을 참 신기하게도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또 경찰관이 시키는대로 한다.

태완이가 너무 수동적으로 했는지 경찰관은 짜증을 내면서 몇 번이나 다시 해 보라고 하다가 결국 카메라 셔터를 몇 번 누른 다음에는 잘 했다고 칭찬을 해 준다.

사람을 살해하는 장면을 재연하는 것인데 잘 했다고 칭찬해 주는 것이 맞는지 의아한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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