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 인문학(Ⅲ) - 주도유단酒道有段

술은 우리의 문화와 의식주에 있어서 전통적인 음식문화의 중요한 트랜드(trend) 중에 하나이다. 우리에게 트랜드로 들어왔던 술들이 약주, 소주, 맥주, 양주, 와인 등 여러 가지가 있었지만 요즘은 전 세계적으로 이슈(issue)화 되고 있는 술이 우리의 전통주 막걸리이다.

몇 년 전에 일본에서 비 맥주부문 1위를 우리의 전통주 막걸리가 차지했다. 일본은 사실 made in korea가 들어가기에는 굉장히 힘들었던, 역사적으로는 철옹성이었던 시장이 일본시장인데 그 시장에서 맥주를 제외한 부문에서 일본의 전통주인 사케(sake)도 제치고 우리 막걸리가 1위를 했다는 것은 굉장히 의미가 있는 일이다.

한류의 중심에 선 트랜드, k-팝과 강남스타일 춤, 트롯열풍에 이어 전통주 막걸리와 술을 어떻게 즐겨야 할까?

술을 즐겼던 옛 선인들은 술을 마시는 단계를 여러 단계로 나누었으며 특히 시인 조지훈선생은 음주18계단으로 나누었다.

오늘의 범부凡夫에게 어찌 이러한 글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반문할지 모르겠으나 한 잔을 마셔도, 열 잔을 마셔도 뜻깊게 마실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지훈 시인께서 술을 마시는 격조, 품격, 스타일, 주량들을 18단계로 따져서 피력했으리라 생각한다. 술을 마시면 누구나 다 기고만장하여 영웅호걸이 되고 위인 현사賢士도 안중에 없어 술 주정만하면 다 주정이 되는 줄 아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그 사람의 주정을 보고 그 사람의 인품과 직업은 물론 그 사람의 주력酒歷과 주력酒力을 당장 알아낼 수가 있다. 주정도 교양이다. 많이 안다고 해서 다 교양이 높은 것은 아니듯이 많이 마시고 많이 떠드는 것만으로 품격은 높아지지 않으며, 주도에도 엄연히 단이 있다는 말이다.

첫째 술을 마신 연륜이 문제요. 둘째 같이 술을 마신 친구가 문제요. 셋째 마시는 기호가 문제요. 넷째 술을 마신 동기요. 다섯째 술버릇 등 이런 것을 종합해 보면 그 주단의 높이가 어떤 것인가를 알 수가 있다.

부주, 외주, 민주, 은주, 상주, 색주, 수주, 반주, 학주學酒, 애주, 기주, 탐주, 폭주, 장주, 석주, 낙주, 관주, 열반주라 칭하는 폐주廢酒 18계단으로 조지훈 시인은 구분하였다.

술을 안 먹는 사람, 겁내는 사람, 취하는 것을 민망하게 여기는 사람, 혼자 숨어서 마시는 사람의 계단-부주不酒, 외주畏酒, 민주憫酒, 은주隱酒는 술의 진경, 진미를 모르는 사람들이요

이익, 성생활, , 밥맛을 위하여 마시는 상주商酒, 색주色酒, 수주睡酒, 반주飯酒는 목적을 위하여 마시는 술이니 술의 진체眞諦를 모르는 사람이며,

술의 진경을 배우는 학주學酒의 자리에 이르러 비로소 주도 초급을 주고, 주졸酒卒이란 칭호를 주며 반주飯酒2급이요, 차례로 내려가서 부주가 9급이니 그 이하는 척주斥酒, 주당들이다.

술의 취미를 맛보는, 진미에 반하여 진경을 체득한, 주도를 수련하는 애주愛酒, 기주嗜酒, 탐주耽酒, 폭주暴酒는 술의 진미와 진경을 깨달은 사람이며,

주도 삼매三昧, 술을 아끼고 인정을 아끼는, 마셔도 그만 안 마셔도 그만인, 술과 더불어 유유자적하는, 술을 보고 즐거워하되 이미 마실 수는 없는 장주長酒, 석주昔酒, 낙주樂酒, 관주觀酒는 술의 진미를 체득하고 다시 한 번 넘어서 임운목적任運目適하는 사람들로서 애주의 자리에 이르러 비로소 주도의 초단을 주고, 주도酒徒란 칭호를 줄 수 있으며.

기주가 2단이요, 차례로 올라가서 술로 말미암아 다른 술 세상으로 떠나게 된 열반주가 9단으로 명인 급이며. 그 이상은 이미 이승 사람이 아니니 단을 매길 수 없을 것이다.

저작권자 © 경남연합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