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김용수
한국문인협회, 신서정문학회
국보문인협회 부이사장
남강문학협회 감사

7.유혹

2.

그래도 잘 했다는 칭찬을 받으니 기분이 좋다.

기분이 좋아 씨익 웃어 주었는데, 이것이 기자들의 카메라에 찍혀 신문에는 반성할 줄 모르는 파렴치한 강도살인범이라는 제목을 달고 기사화 되었다는 후문이다.

할매 머리통 크기의 바윗돌을 들고 와서 할매의 머리를 내리 찍는 것도 재연하였다.

바위가 있던 곳이 약간 헷갈렸지만 경찰관이 지목하는 곳은 영 아니었다.

그러나 태완이는 모든 게 귀찮은 나머지 그냥 경찰관이 시키는 대로 엉뚱한 곳에 놓아 둔 바윗돌을 집어와 할매 머리에 던지는 시늉을 하였다.

산에서 현장검증을 마친 후 이번에는 집으로 왔다.

집에도 한 무리의 사람들이 모여 있다.

그러나 집에서 보는 사람들의 눈빛은 승냥이가 아니다. 옛날의 다정한 눈빛 그대로 였다.

태완이는 이장 마누라한테 평소 이장할매라고 불렀다. 이장할매는 태완아 이놈아 우짤라꼬 그랬노하면서 계속 울고 있다.

봉식이 아버지도 보이고, 곤이 할배도 보인다. 천씨 아재는 팔짱을 낀 채 눈을 지긋이 감고 있다. 사람들 틈에 신자의 숙모도 보인다. 뭐가 신이 났는지 동네 아낙들에게 무엇인가 열심히 말을 하고 있는 것이 제 잘난 척 현장검증을 설명하고 있는 것 같다.

아줌마들은 잠자코 듣고만 있는 것이 영 귀찮은 표정들이다. 동네 사람들을 다 둘러보아도 아버지 어머니는 역시 보이지 않는다.

태완이가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면서 엄마, 아버지를 찾자 눈치를 챈 봉식이 아버지가 사건 이후 아버지, 어머니는 집에 있지 못하고 합천 어느 절간에 가 있다는 말을 해 준다.

집안으로 들어 서자 마당에는 풀이 있는 대로 자라 마치 폐허처럼 보인다.

불과 며칠 돌보지 않았다고 이렇게 폐허처럼 바뀌는지 신기한 생각마저 든다.

아버지는 마당의 풀을 뽑지 않고 뭐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마당의 풀이 키대로 자라 있어도, 어머니, 아버지가 없어도 고향 집의 냄새는 그대로다.

태완이 집과 할매 집 사이의 돌담이 그대로 있고, 태완이가 돌담을 넘어 다니면서 허물어뜨린 곳에 나뒹구는 돌도 그대로 있다.

변한 것이라고는 마당에 풀이 많이 자란 것과 태완이가 포승줄에 묶여 있다는 것 밖에 없다.

할매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도 달라진 모습이다.

잠시 상념에 잠겨 집을 둘러보는데 경찰관이 포승줄을 잡아챈다.

따라 오라는 눈짓을 보낸다.

어디서 가져 왔는지 낡아 빠진 지게와 지게작대기를 주면서 수돗간에 세우라고 한다.

경찰관은 사진을 찰칵찰칵 찍는다.

수돗간에서 손을 씻고, 헛간에 숨어 있는 모습까지 사진을 찍는다.

그들이 사진을 찍던 말던 태완이는 집을 둘러보기가 바쁘다.

안방 문과 태완이가 쓰던 작은 방문까지 모두 활짝 열려져 있다. 자세히 보니 태완이 방문이 그냥 열려진게 아니고 문짝의 경첩 한쪽이 부숴졌는지 문이 대롱거리면서 겨우 달려 있다.

그제서야 태완이가 있을 때도 경첩이 부실하여 찌거득 거렸다는 생각이 든다.

태완이 눈이 부숴진 방문으로 향하는 것을 본 봉식이 아버지가 문을 닫아 놓는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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