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 인문학(Ⅳ)-음주 18계단

술을 즐겼던 옛 선인들은 술을 마시는 단계를 여러 단계로 나누었으며 특히 시인 조지훈선생은 음주18계단으로 나누었다.
그래서 조지훈 시인께서 술을 마시는 격조, 품격, 스타일, 주량들을 18단계로 따져서 피력했으리라 생각한다. 술을 마시면 누구나 다 기고만장하여 영웅호걸이 되고 위인 현사賢士도 안중에 없어 술 주정만하면 다 주정이 되는 줄 아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그 사람의 주정을 보고 그 사람의 인품과 직업은 물론 그 사람의 주력酒歷과 주력酒力을 당장 알아낼 수가 있다. 주정도 교양이다. 많이 안다고 해서 다 교양이 높은 것은 아니듯이 많이 마시고 많이 떠드는 것만으로 품격은 높아지지 않으며, 주도에도 엄연히 단段이 있다는 말이다.

첫째 술을 마신 연륜이 문제요. 둘째 같이 술을 마신 친구가 문제요. 셋째 마시는 기호가 문제요. 넷째 술을 마신 동기요. 다섯째 술버릇 등 이런 것을 종합해 보면 그 주단의 높이가 어떤 것인가를 알 수가 있다.

음주 18계단
1) 부주(不酒) - 술을 아주 못 먹진 않으나 안 먹는 사람
2) 외주(畏酒) - 술을 마시긴 마시나 술을 겁내는 사람
3) 민주(憫酒) - 마실 줄도 알고 겁내지도 않으나 취하는 것을 민망하게 여기는 사람
4) 은주(隱酒) - 마실 줄도 알고 취할 줄도 알지만 혼자 숨어서 마시는 사람
5) 상주(商酒) - 마실 줄 일고 좋아도 하면서 무슨 이익이 있을 때만 술을 내는 사람
6) 색주(色酒) - 성생활을 위하여 술을 마시는 사람
7) 수주(睡酒) - 잠이 안 와서 술을 마시는 사람
8) 반주(飯酒) - 밥맛을 돕기 위해서 마시는 사람
9) 학주(學酒) - 술의 진경(眞境)을 배우는 사람
10)애주(愛酒) - 술의 취미를 맛보는 사람 [주졸(酒卒)]
11)기주(嗜酒) - 술의 진미에 반한 사람 [주객(酒客)]
12)탐주(耽酒) - 술의 진경을 체득한 가람 [주호(酒豪)]
13)폭주(暴酒) - 주도를 수련(修鍊)하는 사람 [주광(酒狂)]
14)장주(長酒) - 주도 삼매(三昧)에 든 사람 [주선(酒仙)]
15)석주(昔酒) - 술을 아끼고 인정을 아끼는 사람 [주현(酒賢)]
16)낙주(樂酒) - 마셔도 그만 안 마셔도 그만, 술과 더불어 유유자적하는 사람
17)관주(觀酒) - 술을 보고 즐거워하되 이미 마실 수는 없는 사람 [주종(酒宗)]
18)폐주(廢酒) - 열반주(涅槃酒) - 술로 말미암아 다른 술 세상으로 떠나게 된 사람
[지리산막걸리학교 교수 류재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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