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원장 양 준모
창원 자윤 한의원

 

경옥고(瓊玉膏)는 공(功)이 많이 드는 약(藥)이다. 필자도 한의대 재학 중에 선배들과 경옥고를 종종 만들어봤는데, 지황과 인삼, 복령 등을 사흘 밤낮으로 졸여서 고(膏)로 만드는 작업이 쉽지 않았다. 타지 않도록 불 조절을 하고, 물 조절도 꾸준히 해야 했기 때문이다. 선배들과 밤새 이런저런 얘기를 했는데, 옛날에는 음기(淫氣)가 섞이지 않도록 남자들만 모여서 만들었다던 이야기가 기억난다. 정수와 원기를 보하여 온갖 병을 낫게 하고, 노인을 젊어지게 한다는 경옥고는 그야말로 불로장생을 위한 약이라고 할 수 있다.
  아마도 경옥고는 공진단(供辰丹)과 함께 국내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한약일 것이다. 경옥고가 유명한 이유는 우선 제형이 특이한데 있다. 한약 하면 가장 흔히 떠올리는 것이 탕약이다. 그다음 각종 환제(丸劑)를 생각하기도 하고, 좀 더 관심이 있다면 가루형태로도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고(膏)의 형태로 된 한약은 드문 편이며, 처방빈도가 낮은 편이다. 경옥고는 특이하게도 고의 형태이면서도 자주 쓰이는 처방이다. 요즘은 기술의 발달로 다양한 약들이 짜 먹는 연 조제 형태로 나오지만, 이전까지는 경옥고와 같은 제형은 흔치 않았다.
  경옥고가 유명세를 타는 또 다른 이유는 효과는 좋은데, 부작용은 미약하고 맛도 좋기 때문일 것이다. 경옥고는 주로 아이와 여성, 노인에게 처방된다. 대사(代謝)가 활발하여 영양이 빨리 소모되는 아이들에게 좋은 천연 영양제이며, 밥도 잘 먹게 한다. 게다가 약 맛이 좋아 아이들이 잘 먹으므로 경옥고를 처방할 때는 부담이 없다. 감기에 잘 걸리거나, 혈색이 안 좋거나, 말라서 배 근육이 딴딴하거나 피부가 거친 아이들이 경옥고를 먹기 시작하면 눈에 띄게 좋아진다.
  여성에게 병이 생기는 원인은 스트레스에 해당하는 기울(氣鬱)과 음혈 부족, 이 두 가지 경우가 많다. 경옥고는 음혈(陰血)을 보(補)하는 효과(效果)가 있으므로, 혈(血)이 허(虛)하고 건조(乾燥)해지기 쉬운 여성들에게도 좋은 약이 된다. 특히 갱년기 이후의 여성은 건조해지기 쉬운데, 이때 경옥고가 보음(補陰)·보혈(補血)을 해주면서 몸을 촉촉하게 만들어주기 때문에 생리가 끊긴 후 경옥고를 먹고 다시 생리를 얼마간 더 하는 경우도 있다. 스트레스 등으로 안색이 초췌해지고, 모발이 가늘어지거나 많이 빠질 때도 경옥고를 먹고 회복되었다는 말을 흔히 듣는다.
  경옥고는 노인에게 특히 도움이 된다. 노인이 되면 신수(腎水)가 고갈되고 폐음(肺陰)이 말라 건조해지면서 호흡기가 나빠지고 피부가 건조해지는 등 기혈(氣血)이 부족한 증상들이 나타나게 된다. 그리고 잔기침을 수시로 하거나 기관지가 상해 가래가 끓고, 피부에서는 하얀 가루가 떨어지며, 어지럽고 멍하며, 집중이 잘 안 되고, 시야가 흐릿한 노인들에게 경옥고는 특히 잘 맞는다. 동의보감에는 경옥고를 오래 복용하면 500살도 산다는 대목이 있다. 이는 경옥고가 노인을 대상으로 많이 처방되었음을 짐작케 한다.
  예전에는 지황(地黃)이 수확되는 시기이어야 경옥고를 만들 수 있었고, 만들기도 까다롭고 구하기도 어려운 약이었으나 최근에는 제약회사에서 다양한 형태로 나오고 있다. 물론, 전통적인 방식으로 조제(調劑)된 경옥고도 여러 한의원에서 쉽게 접할 수 있다. 요즘같이 면역력이 절실히 필요한 시기에 경옥고로 건강을 챙기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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