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유혹
2.
태완이는 집안의 이 곳 저 곳을 살피면서 머뭇거리자 경찰관이 포승줄을 잡아당긴다.
빨리 가자는 눈치다.
좀 전에 수돗간에 있을 때에는 물이 먹고 싶다는 생각을 못했는데 갑자기 물이 먹고 싶다.
옛날의 그 물맛인지 궁금하다.
20년 동안 밖에서 들어오면 제일 먼저 달려가 수도꼭지에 입을 대고 마셔대던 물이다. 좀 전에 수돗간에서 현장검증을 할 때는 긴장을 하여 물을 먹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는데 이제 집을 떠나려고 하니 갑자기 물이 먹고 싶다.
이제 다시는 먹어 보지 못할 물이다.
경찰관에게 물 한 모금만 마시고 가자고 했다. 경찰관은 바쁘니까 빨리 가야된다고 하면서 일언지하에 거절한다.
물 한 모금만 마시고 가게 해 달라고 다시 부탁을 한다.
그것은 부탁이 아니라 애원이었다.
지금 마시지 않으면 저 물, 내가 자라고 나를 키워 주던 저 물을 다시 마셔 볼 기회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자 꼭 한 모금이라도 마시고 가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제발...아저씨, 한 모금만” 태완이의 애원은 울부짖음 이었다.
매몰찬, 그러나 자신의 역할에 충실한 경찰관은 태완이의 애원을 거절하는 것이 자신의 역할, 최소한 이 순간의 의무라고 생각하고 있음이 틀림없다.
갑자기 경찰관이 욕설을 하면서 포승줄을 홱 잡아챈다.
안 그래도 포승줄을 어떻게 세 개 감았는지 팔이 얼얼하였고, 이제는 얼얼하다 못해 감각이 없어지려고 하는데 홱 잡아채는 뒤끝에 살점이 떨어져 나가는 것 같고 또 팔이 묶여 보행도 부자연스러운 상태에서 갑자기 포승줄을 낚아 채자 태완이의 순간 몸의 중심을 잃고 비틀거리다가 겨우 자세를 바로 잡는다.
수갑을 차고 포승줄에 묶인 것을 동네 사람들에게 보이는 것도 창피한데 물 한 모금 먹고 가자는 것도 거절당하고 더군다나 강제로 끌려 나가야 하는 무기력한 모습까지 보인다는 것은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
아직 태완이는 살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화가 머리끝까지 솟구친다.
태완이는 교수대에서 목에 올가미가 걸리려고 할 때 목을 잡아 흔들면서 올가미를 벗어나 보려는 듯이 발악을 한다.
튀어 나오는 욕설은 겨우 참았지만 그 대신 참은 욕설까지 합해진 단말마의 비명과 거부의 몸짓이 합해져 격렬한 저항이 되어 태완이 집 너른 마당을 꽉 채운다.
갑작스런 태완이의 비명과 몸짓에 포승줄을 잡고 있던 경찰관이 몸의 균형을 잃고 휘청거리면서 포승줄을 놓쳐 버린다.
깜짝 놀란 경찰관들이 일시에 달려들어 한 놈은 태완이의 다리를 걸어 넘어뜨리고 다른 놈은 경찰봉으로 땅바닥에 쓰러지는 태완이의 몸통과 머리를 사정없이 후려치고, 또 다른 놈은 몸통엎어져 있는 태완이의 등짝을 무릎으로 찍어 눌러 항거 불능의 상태로 만든다.
경찰봉으로 맞은 머리에서 찝찔한 물이 흐르는 것이 느껴진다.
틀림없이 피가 흐르고 있을 것인데 아프지는 않다. 겨우 피 조금 나는 것을 보고 아프다고 느껴서는 안 된다. 아픈 것은 조금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어차피 자신은 교수대에 매달려 죽음을 맞을 것이다.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