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 박종범

정치학 박사
전 주중국대사관 공사
통일지도자 아카데미 부원장

 

논설위원 박종범
논설위원 박종범

요즘 자주 들리는 왝더독(Wag the Dog)이란 말은 ‘꼬리가 개의 몸통을 흔든다’는 뜻으로 하극상이나 주객전도의 경우를 이르는 말이다. 이러한 현상이 주식시장에서는 박스권 장세 안에서 나타나지만 정치권에서는 박스권 없이 무제한으로 나타나고 있다. 문재인 정권의 지난 3년간의 정책시행은 대체로 국가정책의 목표설정을 국가의 미래발전에 두기보다는 정권 안보에 주력하면서 대외적으로는 북한과 중국을 추종하는데 두어왔다. 그 결과 모든 국가제도들은 정치권력이 원하는 대로 재해석되어 운용되고, 대외정책에 있어서는 우리가 북한과 중국과의 관계를 운용한다기보다는 북한 및 중국에 의해 우리의 국가시책이 흔들리고 있는 셈이 되었다.

최근 법무부장관 추미애의 아들 카투사 복무 시 휴가 문제가 정치적 이슈로 부각되자 국방부와 여당은 당정협의를 하고 스크럼을 짜서 방패막이를 하느라 특혜의혹 제보자를 되레 범죄자로 낙인찍는 등 원칙 없는 막된 언행을 하고 있다. 그리고 당직사병이 부대 미복귀 사실을 인지하고 전화를 걸어 군대 복귀를 종용한 바 있는데도 국방부는 ‘휴가문제에 규정위반은 없었다’고 공식 논평하는 등 제도와 원칙의 근간을 흔드는 발언을 마구 쏟아내었다. 제도와 원칙은 형평성과 공정성을 잃으면 무너지게 되며, 한 번 흐트러지면 다시 되돌리기 어렵다, 향후 모든 사병들이 휴가 시 이유를 들이대며 전화로 미복귀 신청을 한다면 형평성과 공정성의 원칙상 다 받아주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어떻게 군대를 유지할 건지 궁금하다. 참으로 무책임한 국방부의 발표였다. 이로 미루어 보아 이 정부의 고위층 인사나 정치인들에게서 국가발전에 대한 생각이나 제도와 원칙을 지키려는 의지를 찾아보기는 어렵다. 뿐만 아니라 법무부는 이 사건 담당 검찰을 지속적으로 인사조치하면서 길들이기를 시도하고 있고, 또 검찰은 권력의 시녀처럼 8개월 이상 수사를 지연하고 있다. 대한민국 성립 이래 이처럼 무원칙하게 막나가는 정권은 없었다. 
 
문재인 정권을 청개구리 정권이라고 형용하면 지나칠지 모르나 국내정치 뿐만 아니라 국제정세를 이해하는 데서도 이 같은 행위들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9월 3일 이수혁 주미대사는 조지워싱턴대학의 화상대담 행사에서 “우리는 안보의 관점에서 (한미)동맹에 기대고 있지만 경제협력의 관점에서는 중국에 기대고 있다”며 “한 나라가 안보만으로 존속할 수 없고 경제활동이 안보만큼 중요하기 때문에 이 두 요소는 같이 가야한다”고 강조하면서 ‘경제 중국, 안보 미국’을 외쳐대며 미국과 중국을 동일시하는 발언을 하였다. 그럴듯한 말 같지만 동맹국이면서 분단국인 한국의 입장에서는 안보와 경제의 선후관계가 지극히 불분명한 표현이며, 미국의 입장에서는 분별없는 입장으로 볼 수 있는 내용이다. 특히 미‧중 간 강도 높은 패권경쟁이 진행 중인 상태에서 동맹국 대사의 미국 내 발언치고는 시기적으로 신중하지 못한 편이었다. 안보와 경제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일본은 중국과 동아시아 패권을 다투는 라이벌 관계지만 경제 측면에서는 중국과 아주 긴밀한 파트너십을 발휘하고 있다. 경제문제는 파트너십으로도 충분히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북한의 경우는 중국의 경제적 지원에 의지하여 생존하면서 중국과 군사동맹 관계에 있지만 중국을 천년의 적으로 삼고, 일본에 대해서는 오히려 백년의 적으로 낮춰 부른다고 한다. 그러나 이 정부는 일본에 대해서만 유독 반일감정을 부채질하며 사회주의체제 중국에는 목을 매고 아부하고 있다.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안보가 확보되어야 경제가 발전할 수 있는 것이다. 미국은 패권에 도전하는 중국에 대해 강력한 봉쇄정책을 전쟁처럼 추진하고 있지만 동맹국인 한국은 기대와 달리 반미정책과 대중국 굴종으로 일관하고 있다. 기가 막힌 현실이다.

한국은 경제와 안보 면에서 국제정치 질서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으면서도 국제정치를 도외시하는 잘못된 정치문화에 휩싸여 있다. 특히 냉전 종식이후 안보를 경시하고 경제문제 만을 중시하는 경향이 생겨났다. 그러나 최근 미국이 미국 주도의 국제질서에 힘을 앞세워 도전하는 중국의 세력팽창과 패권도전을 강력히 제압하고 나서면서 국제질서는 기존과 달리 새롭게 재편되고 있다. 2차 대전 이후 정치‧역사적 적대감을 잠시 접어둔 채 경제성장에 집중해 온 한국, 일본, 중국 등 동아시아 국가들은 이제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미국 중심의 강화된 신 국제질서에 편입될 순간이다. 국내적으로나 국제적으로 적과 아군을 구별할 줄 알아야 하며, 우물 안 청개구리가 되지 말아야 한다.

저작권자 © 경남연합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