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김용수
한국문인협회, 신서정문학회
국보문인협회 부이사장
남강문학협회 감사

7.유혹

2.

교수대에 매달릴 때까지 살아만 있으면 되고, 교수대에 매달린 후에는 모든 미련과 아픔도 다 사라질 것이다.

머리통이 깨어져 느끼는 고통은 아직 태완이가 살아 있다는 증거다.

살아 있기 때문에 느끼는 고통이다.

태완이는 살아 있기 때문에 느끼는 이 고통을, 아직 살아 있음을 사랑하자는 생각이 든다.

경찰관 한 놈이 무릎으로 태완이의 등을 너무 세게 눌러 등뼈가 부러질 것 같다.

몸이 아파 몸을 흔들어 보지만 이미 포승줄에 꽁꽁 묶여 있는데다가 세 놈이 한꺼번에 달려들어 찍어 누르기 때문에 꼼짝을 할 수가 없다.

얼굴이 땅바닥에 붙어 있고 태완이의 거친 숨에 일어난 흙먼지가 콧구멍으로 들어온다.

한 달 쯤 되었나. 대나무 비짜루로 마당을 쓸면서 맡아 본 흙냄새하고 같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집 마당의 포근한 흙냄새다. 이제 더는 이 냄새를 맡아 볼 수가 없을 것이다. 굳이 피하고 싶지는 않지만 콧구멍으로 들어간 흙먼지가 일으키는 재채기는 감당이 안 된다.

태완이가 심하게 재채기를 하자 경찰관들이 태완이를 일으켜 세운다.

태완이는 일어나면서 몸을 다시 한 번 심하게 흔들면서 태완이의 정면에서 포승줄을 잡고 있는 경찰관을 노려본다.

동네 사람들에게 태완이가 죽지 않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 다행이다.

동네 사람들이 고함을 지른다.

박순경

봉식이 아버지의 고함소리가 들린다.

경찰관 중에 한 사람이 박순경인가 보다.

박순경, 아무리 죄인이라도 그렇게 때리면 쓰나, 태완이가 어디 도망이라도 갈려고 했나, 겨우 물 한 모금 달라고 하는데 그걸 거절하니까 그렇지, 진들 모처럼 집에 왔는데 물 한 모금 먹고 싶기야 안하겠나, 물 한 모금 먹여서 데리고 가라.”

경찰관은 바빠서 안 된다고 한다. 그리고 살인범같이 중범죄인이 현장검증을 할 때 그런 개인적인 행동을 하도록 허용하여서는 안 된다고 한다.

태완이는 말은 하지 않지만 참 지랄 같은 규칙도 다 있다는 듯이 경찰관을 노려본다.

이번에는 당숙 아제 목소리다. 당숙 아제는 당차게 또 한마디 한다.

박순경, 니 동생이라면 그래 할끼가? 오야 알았다, 정 그라마 내가 태완이 머리 깬거 고발을 할끼다. 너거 끼리 짜고 마음대로 조서를 만들겠지만 내가 청와대까지 진정을 할끼구만, 그라고 정순경, 니 앞으로 평생 이 동네에 발을 들여 놓을 생각일랑 하지 말거래이, 만약 시 발을 들여 놓았다가는 내가 니 발모가지 분질러 놓을 끼니까..”

하면서 씩씩거리더니

그라고 정순경

당숙 아제의 목소리가 갑자기 차분해 진다 너거 아부지, 정갑둘이, 이 동네에서 니 팔아서 못된 짓 한 거 하나하나 다 까발릴거다, 니도 알제, 지난번 판식이 하고 용대가리인지 돼지대가리인지 하는 놈하고 싸워가지고 조서 받을 때 너거 아부지가 니한테 얘기해서 사건 잘 봐주겠다고 하면서 술 얻어 묵고 밥 얻어 묵고 돈까지 챙겨 간 거. 돈은 누런 봉투에 넣어가지고 경찰서에서 판식이 하고 너거 아부지 하고 같이 가서 직접 니한테 갖다 바칬자나. 니 그거 까묵지는 안했제? 이노무 시키...”

당숙아제는 계속 씩씩거리면서 말을 한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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