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 박종범

정치학 박사
전 주중국대사관 공사
통일지도자 아카데미 부원장

논설위원 박종범
논설위원 박종범

지난 9월 19일 청년의 날 기념식에서 대통령은 공정이란 단어를 37번이나 언급하며 강조하였다. 불평등의 해소라는 취지이겠지만 유달리 많이 언급하였다. 추미애 장관을 둘러싼 불공정한 사건이 한창 언론을 뒤덮고 있음을 감안하여 청년의 표심을 잡기 위한 의도라는 점은 충분히 짐작이 간다. 그런데 정부가 불공정한 행위를 하면서 입으로만 공정을 강조한다면 이는 거대한 위선이다. 공정에 대한 해석을 달리 하며 불공정을 공정이라고 우겨도 이 역시 위선인 것이다. 예를 들어 추미애는 되고 윤석열은 안된다면 위선이다. 공정의 잣대는 이념이 아니라 제도 속에서 다루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북한에서 공정을 말한다면 이는 인민을 대상으로 하는 용어이다. 인민이 아닌 사람들, 즉 타도의 대상에게는 불공정과 폭압만이 있을 뿐이다. 좌파들의 사고에서 자기편이 아닌 사람들에 공정을 거론한다는 것은 불가한 일이다.

이 정부 초기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롭게’라는 메시지가 회자되었다. 감성을 자극하는 용어들이라 귀에 솔깃하지만 자세히 따져보면 실상 말이 되지 않는 용어들의 나열이다. 공산주의 사회가 아닌 다음에야 어떻게 기회가 평등할 수 있고 과정이 공정할 수 있겠는가. 감성에 약한 한국인들에 심어주는 허구와 환상의 메시지임에 틀림없다. 자유로운 경쟁을 통해 생산성 향상을 추구해 나가는 자유민주주의체제의 인간 사회는 각기 다른 기회와 불공정 상태에서 출발하여 다양한 결과를 만들어내는 다양성의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러한 메시지를 주어 담는 그릇으로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사회’를 제시하였고, 그 구체적 실천계획으로는 ‘적폐청산’이란 구호를 내세웠다. 모두들 밝고 새로운 사회를 머릿속에 연상했지만 이 구호는 기존 세력을 적대세력으로 몰아 한쪽으로 밀어내고 좌파들이 새로이 사회를 장악하는 수단으로 사용되었다. 그 실제 정치상황은 너무나 실망스럽다. 가장 먼저 손댄 탈원전 정책은 그 과정이 국민과 국회의 동의 없이 일방적인 강압으로 추진되었고, 그 결과도 원전 생태계 파괴와 수천억 원의 손실로 나타났다. 최저임금제와 주 52시간 근무제 역시 노사정의 의견합의 과정을 거친 것이 아니고 기업 측의 의사가 무시된 일방적인 추진이었으며 그 결과 최저임금이 급속히 인상되고 중소기업은 심각한 경영난을 겪게 되고 국내경제가 어렵게 된 원인이 되었다. 대북지원 문제도 정부의 일방적인 추진으로 진행된 것이지 공청회 등 논의를 거친 공정한 과정이 없었다. 지난해에 있었던 패스트트랙도 날치기 통과한 상황이다. 여기에 어디 공정한 과정이 있었는가? 오직 이념적 사고에 의한 강압적인 과정만 있었으며, 어떤 정의로운 결과도 찾아보기 힘들다.

공정을 외치는 이 정부는 조국, 윤미향, 추미애 세 사람의 간판스타를 배출하였다. 윤미향이야 행위 자체가 위안부 할머니들 돈을 뜯어먹은 비열한 비도덕적 추태와 질 낮은 사기범 수준으로 법적 처분이 진행되고 있지만 불공정이 공정으로 둔갑되는 사회에서는 뻔뻔스럽게 되돌아 나올 수도 있다. 조국과 추미애의 경우는 법무부장관으로서 법을 주무르지만 수사를 받아야 할 사람들이 수사를 지휘하는 격이다. 최근 한국 사회에서 공정 판단의 일차적인 대상은 병역, 입시, 취업 분야였다. 몇 년 전의 촛불시위는 정유라의 대입특혜가 발화점이 되었다. 그러나 조국의 딸 대학입학 문제와 추미애 아들의 병역특혜 문제는 온통 불공정과 불법으로 가득하지만 아직 발화되지 않고 있다. 이런 점에 노심초사하여 검찰과 법원을 보다 더 장악하면 불공정을 공정으로 둔갑시킬 수 있는 양 대통령이 나서서 공수처 추진을 독려하고 있다.

이 정부 인사들의 불공정하고 불법적인 행위 뒤에는 정권장악이라는 분명한 목표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희생양을 만들고 외부에서 적을 찾아내어 내부의 응집력을 강화해야 한다. 만약 적을 못 찾으면 창안해 낼 수도 있다. 조국과 추미애를 앞세워 윤석열 검찰총장을 때리고 국민의 눈을 가리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일 것이다. 해석을 달리하여 불공정을 공정으로 정의할 수도 있지만, 이를 인정하는 것은 국민들의 여론과 반응이다. 그러나 국민여론의 구심점이 될 정치정당이 없는 것이 현재 한국사회의 가장 큰 문제점이다. ‘국민의 힘’ 당은 가장 중요한 부정선거를 논해야 할 시기에 비상대책위원장 감을 찾아다니거나 홍수대책에 열중하는 등 기술적으로 국민을 속여 가며 여당의 2중대 역할을 자처할 뿐이었다. 국민의 의사를 대변하고 국가 미래를 생각하는 새로운 대안 정당의 출현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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