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리학에도 귀신이라는 용어는 존재한다.

하지만 성리학에서 말하는 귀신은 일반인이 생각하는 것처럼 머리를 풀어헤치고 입가에 피를 묻힌 채 납량 특집에 단골로 등장하는 그런 섬뜩한 귀신이 아니다.

성리학자들은 사람이 육체와 정신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 정신을 이루고 있는 것인 혼백(魂魄)이라고 보았다.

혼은 양의 기운이고 백은 음의 기운인데 이 두 가지가 합해져 기능을 발휘한다고 생각하였다.

그리고 사람이 죽으면 육신은 썩어 흙이 되며 혼백은 육신을 떠나 흩어져 버리는데 이 혼백이 바로 귀신이라고 보았다. 즉 형체를 갖고 있지 않아 눈에 보이지 않는 어떤 기운으로 생각하였던 것이다.

성리학에서의 귀신은 이렇게 눈에 보이지 않는 기운이지만 그렇다고 공기 같은 것은 아니었다.

성호 이익(星湖 李瀷, 1681~1763)은 귀신도 지각이 있어 사람처럼 기뻐하고 노여워하며, 귀신의 기운은 살아 있는 사람의 기운과 서로 통한다고 보았다.

특히 선조(先祖)와 후손은 같은 기운을 공유하여 교감이 가능한데, 이는 마치 자석의 기운이 바늘을 끄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설명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성호는 제사를 지낼 때 귀찮은 내색을 하거나 엉뚱한 음식을 차려 놓으면 조상귀신이 금방 눈치 채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가 버린다며 마음은 없으면서 제사상만 그럴듯하게 차려 놓는 세태를 경계하기도 하였다.

성호는 또 귀신이 사람을 속이고 농락하기를 좋아한다며 귀신이 부리는 조화에 대해서도 말하고 있다.

옛날 중국 엄주에 살던 반 씨라는 사람은 머리가 없었지만 음식을 먹고 짚신도 삼고하였는데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의심하겠지만 이는 귀신이 몸에 의지하여 그렇게 한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성호는 증세가 이상한 병의 십중팔구는 귀신 병이라고까지 할 정도로 귀신의 조화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합리성으로 무장한 성리학자라고 해도 귀신을 완전히 부정하기는 힘들었던 것 같다.

[타임머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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