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 인문학 (Ⅶ) - 신의 음식 풍류와 낭만의 술

조선시대 술의 문학은 시조와 가사를 통하여 쉽게 접할 수 있다.

조선시대 시인의 쌍벽으로 일컫는 윤선도尹善道와 정철鄭澈도 시 주객으로 이름나 있는데 산중신곡山中新曲에서 윤선도는 운치 있는 음주의 낭만과 격이 높은 자연애의 흥치를 잘 구사하고 있다.

잔 들고 혼자 안자 먼 뫼흘 바라보니 / 그리던 님이 오다 반가움이 이리랴 / 말도 우움도 아녀도 몯내 됴하노라송강문학에는 고산에 비하여 술의 시가가 더 많이 나타나고 있다.

정철은주문답삼수酒問答三首를 지었는데 지나치게 술에 탐닉됨을 반성하여 단주를 결심한 적이 있으며 그러나 결코 술과 절연할 수 없다는 것이 이 시조의 내용인데 특히 정철이 지은장진주將進酒는 주객들에게 널리 회자되어 오던 술에 관련된 시조의 하나이다.

시의 제작을 풍류적 서정의 표출이라고 볼 때 산수와 풍월을 즐기고자하던 자연애의 심정에서 음주하고 시를 짓는 경우와 인생의 무상을 탄하며 실의와 우수를 달래고자 하여 음주하며 시를 짓는 경우의 두 가지로서 윤선도의산중신곡은 전자의 경우이고, 정철의장진주는 후자의 경우인데 그러나 이들은 다 같이 술의 흥취를 노래한 데서 공통적으로 풍류적인 면을 느끼게 한다.

술의 이름에는 술맛을 당기게 하는 낭만적인 것이 많은데 맛을 더하기 위하여 가향주加香酒를 만드는데 그에 따라 명명된 이화주梨花酒·두견주杜鵑酒·송화주松花酒·연엽주蓮葉酒등은 그 이름부터 아름다울 따름이다.

술 빛이 이슬과 같다는 비유에서 붙여진 백로주白霞酒, 푸른 파도와 같다는 데서 붙여진 녹파주綠波酒, 일명 경면녹파주鏡面綠波酒, 푸르고 향기롭다는데서 붙여진 벽향주碧香酒, 맛이 좋아서 차마 삼켜 마시기 아쉽다는 데서 붙여진 석탄주惜呑酒 등은 이는 모두 주색들의 멋진 발상에서 나온 술 이름이기도 하다.

술을 즐기던 우리 조상들은 이처럼 솜씨 좋은 가향주를 자랑하기도 하고생애는 주일배酒一杯라는 식의 낭만적인 멋을 터득하기도 하며, 곡수유상曲水流觴(굽어 흐르는 물에 술잔을 띄워 주고 받는 것)의 흥취를 즐기기도 하였다. 이에서 나온 미적 감흥은 곧 술의 풍류가 되고, 또 술의 예술이 된 것이다.

그러나 술이란 적당히 마시면 약이 되지만, 지나치면 독이 되는 법인데 어쩌다가 한 번씩 마시는 술 한 잔은 생기를 돋게 하고 스트레스를 푸는 삶의 자극제가 되겠지만 자주 마시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알코올중독이 될 수 있는 야누스의 얼굴처럼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지리산막걸리학교 교수 류재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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