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 박종범

정치학 박사
전 주중국대사관 공사
통일지도자 아카데미 부원장

논설위원 박종범
논설위원 박종범

지난 9월 22일 제75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은 남과 북이 생명공동체임을 강조하며 재해와 재난 등 극복을 위해 함께 협력할 수밖에 없으며 북한과 함께 갈 것임을 국제사회에 대놓고 선언하였다. 그러면서 그는 한반도에서 전쟁이 영구히 종식되고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체제를 열기 위해 ‘종전선언’을 해야 한다고 언급하였다. 또한 평화경제를 언급하며 북한, 중국, 일본, 몽골, 한국이 함께 참여하는 동북아시아 방역보건 협력체를 제안하기도 하였다.

한마디로 대통령의 현실 인식과 정세에 대한 시각에 심각한 문제점이 있는 것 같다. 남과 북이 어떻게 생명공동체인가? 왜 한국과 불량국가 북한을 비빔밥처럼 한데 비벼놓으려 하는가? 남과 북은 70년 이상 다른 체제에서 상호 총부리를 겨누며 적대시해왔다. 동족이라서 생명공동체 인식을 갖고 있다면 꽁꽁 언 독사를 측은히 여겨 가슴에 품고 있는 것과 다르지 않다. 북한은 우리 체제를 타도하고 한반도 전체를 해방(통일)하는 것을 궁극의 목표로 삼고 있다. 북한 핵무기는 유사시 한‧미에 사용하기 위해 개발한 비대칭 무기이며, 김정은 정권과 사회주의체제유지를 위해 우리를 위협하고 협박하는 수단이 되고 있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이 앞장서서 비빔밥 섞듯이 한국을 북한과 섞으려 하고 있다. 이 같은 시도는 대다수 국민들의 의사와 너무 다르기 때문에 결국은 자유민주주의체제 한국이 중심이 되어 북한의 발전을 유도하는 것이 아니고 북한 사회주의체제에 한국을 종속시키려는 시도로 볼 수밖에 없다. 그 핵심 내용이 종전선언이다. 종전이 선언되면 미군은 한국에 주둔할 명분이 없게 된다. 그래서 종전선언은 주한미군철수의 또 다른 표현인 것이다. 한미연합사도 없어지게 되며 북한의 남침에 대비한 각종 작전계획도 무용지물이 된다. 결국 주한미군의 철수를 학수고대하는 북한과 중국을 도와주고 한국을 더욱 위태롭게 하겠다는 의도이다. 일단 종전선언을 하면 비록 정치적인 선언이라 할지라도 다시 되돌리기 어렵다는 점을 노리고 국제사회에 종전선언을 해달라고 외쳐대는 문 대통령은 노골적으로 미국의 대북‧대중국 제재에 반대의사를 표명하고 한국을 북한과 중국에 종속시키는 길로 인도하는 것이 아닌 가 의문이 든다.    

또한 문 대통령은 ‘평화경제’라는 용어를 쓰며 북한과 중국에 한국을 갖다 붙여 한데 묶으려고 시도하고 있다. 글로벌 교류 시대라지만 이들 어두운 국가들과 묶여지면 경제발전의 기회는 사라지게 되며 오히려 국제사회의 의심과 눈총을 받을 우려가 더 크다. 사실상 ‘평화경제’는 원래 없는 용어이다. 경제에 무슨 평화경제, 전쟁경제가 있는가. 오로지 반미와 친북‧친중으로 가기 위한 술책에 불과하며, 최근의 미‧중 간 패권전쟁으로 인한 국제정세 변화에 무지함을 드러내는 것일 뿐이다. 지금은 분명 미 문화원 방화사건 때의 운동권 시대가 아니다. 당시는 군사독재가 미워 반미가 반정부와 거의 동일시되던 낭만적인 반항의 시기였지만 지금은 시대환경이 보다 거칠어져 반미와 친중은 국가안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 정부의 이러한 문제점은 국내문제에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 북한이 서해상에서 우리 공무원을 사살하고 연유(휘발유)를 부어 소각한 사건이 발생했는데도 이 정부는 무 대응으로 일관하다가 사건이 커지자 서둘러 자진 ‘월북’했다며 은폐를 시도하였고, 축소‧왜곡하면서 북한의 입장을 두둔하고 북측이 사과문을 보냈다며 ‘정신승리’를 외치고 김정은을 감싸돌며 칭송하고 있다. 그러나 김정은이 사과했다는 그 친서마저도 한국식 용어 투성이라서 가짜라는 설도 있다. 우리 정부가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지키기보다 김정은 눈치 보기와 비위맞추기를 위해 존재하는 것인지 헷갈린다. 게다가 독재의 그림자마저 어른거린다. 추미애 장관의 경우는 아들 특혜의혹 지시 관련 27번이나 국민 앞에 대놓고 거짓말 한 것이 탄로 났는데도 이 정부가 나서서 두둔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행태로 볼 때, 이 정부는 ‘정신승리’를 위해서라도 종전선언을 밀고 나갈 것 같다. 미국은 이 정부의 반미와 친북‧친중 의도를 모를까? 섶을 지고 불속으로 뛰어들고 있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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