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 정찬기오
교육학 박사
경상대학교 명예교수

논설위원 정찬기오
논설위원 정찬기오

  세간에 회자하고 있는 말들 중 공감도가 매우 높은 외침(slogan)은 ‘기회는 균등하게’, ‘과정은 공정하게’, ‘결과는 정의롭게’이다. 기회균등(: Equal Opportunity) 또는 평등한 기회는 기본적으로 인종, 가족, 종교, 출생, 지위, 계급 등과 같은 선택할 수 없는 여러 요소들로 인하여 차별받지 않고, 같은 기회가 주어지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기회균등은 평등주의의 영향을 받았다고 할 수 있다. 또한 기회균등은 결과의 평등을 실현하기 위한 기본적인 과정이며, 성별이나 신분 등과 같은 사회계층(社會階層) 상의 차이에 관계없이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누구에게나 보장된다는 법적 근거에 의해 표현되는 대표적인 개념이다.

  교육 장면에서 ‘기회의 균등’은 헌법에서 보장하는 평생교육의 개념으로 모든 국민이 자신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서 국가가 교육의 혜택을 보장하는 것이다. 이러한 기회균등 교육정책은 국가의 발전과 번영의 수단이 되는 활동들에 참여하기 위해 개인에게 주어진 기회에 국가가 교육을 제공하는 개념으로 이해될 수 있다.

  기회의 부여에 있어서 제일 중요한 변인은 가족(또는 부모)의 사회적 지위나 소득 수준 등이다. 처음에는 그 차이가 미미할 지라도 시간이 지속됨에 따라서 가정환경의 차이는 기하급수적으로 더 심해진다. 이러한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상속세나 부유세와 같은 조세 정책과 더불어, 빈곤 가정에 대한 지원이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정책들은 기회의 평등과 더불어, 결과의 평등까지도 실현시킬 수 있는 중요한 정책이다.

  수많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기회균등을 완벽하게 보장하려고 다양한 정책들을 펴고 있다. 대표적 사례인 '기회균등 대입 전형'과 같은 대학입시 특별 전형의 경우는 출생 당시에 가정환경이 매우 불우하거나 열악한 아이들도 대학에 쉽게 갈 수 있게 해주는 기회균등 정책이다. 수많은 민주주의 국가는 인간이 선택할 수 없는 영역에 대해서 기회를 차별받지 않게 많은 노력을 거듭하는 중이다. 하지만, 사유재산의 축적과 자본 회전이 가능한 자본주의 사회를 전제한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이러한 정책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으로는 기회균등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기회균등을 ‘달리기에 비유’한다면 동일한 '출발선'을 설정하기 위한 노력이다. 한 인간의 출생을 인생의 출발로 규정한다면 동일한 기회를 갖고 태어나야 하고, 성인을 진정한 인생의 출발로 규정한다면 성인이 되기 전까지 동일한 기회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기회균등의 개념에서 탄생한 것이 공교육 등을 골자로 하는 공적-제도적 평등이다. 또한, 기회의 균등은 모든 사람이 누릴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그러한 기회에 접하지 못했던 계층에게도 혜택을 제공하는 방식이며, 결과의 평등으로 가는 중요한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에 문제가 되고 있는 불평등한 기회, 불공정한 과정과 절차, 정당하지 못한 결과 등은 발상(기회의 균등)에서부터 문제가 되어 ‘과정이나 절차, 그리고 그 결과까지도 모두 문제가 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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