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원장 양 준모
창원 자윤한의원

 산후조리를 잘 못하여 산후풍(産後風)으로 한의원에 내원하는 환자들이 적지 않다. 사정을 들어보면 산후조리를 ‘언제부터 언제까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 등과 같은 사항들에 대한 이해가 다소 부족했거나 산후조리의 기회를 놓쳐서 고생하는 경우다.
  출산 후 산모의 신체는 일차적으로 골밀도(骨密度)가 감소하고, 분만을 수월하게 할 수 있게 분비되는 릴랙신(relaxin)이라는 호르몬의 영향으로 관절(關節)이 불안정해진다. 또한 자율신경(自律神經)이 실조(失調)되면서 식은땀이 나거나 열이 오르거나 두근거리거나 하는 등의 증상들이 나타나게 된다. 그리고 예민(銳敏)해지면서 정서적인 피곤이 누적되며 산후우울증(産後憂鬱症)이 오는 경우도 있다,
  설상가상으로 출산 직후부터는 힘든 육아(育兒)까지 해야 한다. 즉 수유를 하고 나면 입에 단내가 날 정도로 기운이 빠진다고 호소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십 중 팔구의 산모들은 항상 잠이 부족해서 통잠 한 번 자보는 것이 소원이라고 한다. 아기는 빠르게 무거워지게 되어 2~3개월이면 6kg이 넘어가고, 출산 이전까지 아령 한 번도 안 들어 본 산모이지만 자신의 아기를 계속 들고 있어야 되기 때문에 매우 힘들게 된다.
  출산으로 몸은 약해졌고, 육아하면서 생활하게 되니 근골과 관절은 더 많이 쓰이고, 회복을 위한 휴식과 수면은 항상 부족하게 되니 몸에 탈이 안 날 수가 없다. 이러한 기본적인 상황만으로도 관절통과 우울증이 생기는 등 산후풍이 올 수 있다. 만일 아이에게 문제라도 생기거나 시댁이나 남편과의 불화가 있거나, 어쩌다가 찬바람이라도 제법 쐬는 등과 같은 다양한 변수가 더해지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이런 일들은 안타깝지만 우리들 주변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사례들이다.
  특히, 산후 조리 시기는 여성의 삶에서 육체적-정서적으로 가장 큰 변화를 겪는 시기이고, 단지 몇 개월로 상황이 끝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한방(韓方)의 도움을 받는 것이 가장 좋다. 특히, 산모의 건강에 지속적으로 문제가 생길 수 있고, 문제가 생기면 본인뿐만 아니라 남편이나 아이에게도 적지 않은 여러 영향을 미치게 되므로 소홀히 할 수 없다. 산후조리는 예전부터 몸을 푸는 기간이라는 의미의 산욕기(産褥期)라 했고, 삼칠(7*3=21일) 또는 백일(百日) 정도로 이야기했다. 일반적으로는 4~6주 정도가 소요된다고 보는 것이 적당하다. 왜냐하면 질과 산도가 임신 전 상태로 수축되고, 태반 부위가 퇴축(退縮)되는 기간이기 때문이다. 만약, 제왕절개(帝王切開)로 출산을 했다면 적어도 8주 이상으로 생각해야 한다.
  산후보약의 효과는 경험적으로 뿐만 아니라 실험에서도 확인됐다. 연구결과 논문들을 보면 산후 자궁 퇴축과 염증 억제, 빈혈 예방, 헤모글로빈 감소 억제, 젖의 양 증가, 자궁출혈 감소, T-cell paradigm 조절, 잔류태반 발생 감소, 산후회복 촉진, 산후 요통 감소, 우울감 개선 등의 근거를 확인할 수 있다.
  한방의 부인 대전 양방(婦人大全良方) 서적에는 다음과 같은 말이 있다. 산후병 중 욕로(蓐勞)는 최고의 난치병(難治病)으로 한 번 병이 생기면 중(重)하기가 산(山)과 같으니 이런 중병(重病)이 생기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산후풍이 일단 오면 치료가 어렵고 오래 걸린다. 수많은 산후풍 환자를 본 필자도 매번 신중히 치료를 한다. 따라서 조금이라도 일찍 조리를 하여 산후풍을 예방하는 것이 최선이다. 다행히 한방치료는 산후조리와 산후풍 치료에 오랜 세월 효과를 발휘해 왔고 연구 자료도 적지 않다.

저작권자 © 경남연합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