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나라 회왕이 미녀의 선물을 받았다.

회왕은 첫 눈에 그 여자가 마음에 들었다.

회왕의 사랑은 어느새 애비의 정유로부터 새로 온 미녀에게로 옮아갔다.

정유는 그 여자를 부르자 의복과 장신품을 주고 왕이 사랑하는 사람은 내게 있어서도 사랑스러워요라고 말하고 임금보다 더 귀여워했다. 왕도 그 마음에는 감탄했다.

여자는 색향으로 남자를 받드는 것이니 서로 시기하는 것이 상례이다.

그럼에도 정유는 마음이 후한 여자야. 내가 새로 온 비를 사랑하고 있는 것을 보고, 나보다 더 그 여자를 사랑하고 있어 정말 충신이 임금을 섬기는 것과 같지 않는가.”

그러나 이것은 그녀의 수단이었다. 회왕이 정유를 가르켜 질투가 없는 여자로 믿게끔 되었을 때 정유는 그 여자를 불러서 주의를 주었다.

왕은 당신을 무척 사랑하고 있으나 다만 당신의 코가 좀 싫은 모양이에요.

임금님을 뵈올 때는 코를 가리는 것이 좋겠소. 그렇게 하면 언제까지나 왕의 총애를 받을 것이오.”

그 미녀는 감사한 마음으로 이후는 임금을 만날 때마다 정유가 가르킨대로 소매로 코를 가렸다.

왕은 이상하게 여기고 정유에게 물어보았다.

저 여자는 왜 나를 보면 얼굴을 소매로 가리울까?”

글쎄요?”

그녀는 시치미를 떼고 생각하는 척 하다가 한참 후에 말을 이었다.

허긴 그 여자는 임금의 채취가 싫다고 하는 말을 들은 것 같습니다.”

뭐라고, 고약한 년이!”

왕은 당장에 노하여 그 여자에게 코를 자르는 형을 내렸다.

초왕의 궁중뿐만 아니라, 라이벌의 싸움은 어느 나라 정당에도, 어느 회사에도 매일같이 되풀이 되고 있다. 정유가 후세에 남긴 이 음모는 싸우지 않고 이기는 방법을 극히 시사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벽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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