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 박종범
정치학박사
전주중국대사관 공사
통일지도자 아카데미 부원장

논설위원 박종범
논설위원 박종범

지난 10월 23일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은 항미원조(抗美援朝) 참전 70주년 기념식 연설에서 ‘6·25 전쟁을 미국 제국주의 침략에 맞선 전쟁’이라며 참전을 합리화하였다. 중국이 말하는 ‘항미원조 전쟁’이란 미국의 침략에 대항하여 북한을 도왔다는 의미로서 이야말로 공산당의 전형적인 역사왜곡이다. 시진핑의 이런 주장은 북한을 도와 중국인민군을 지원 파병하여 한국과 한국인에 심각한 민족적 피해와 슬픔을 안겨준 중국의 참전 행위를 적반하장으로 미화한 것으로서 한국과 한국인을 능멸하는 언행이다. 원래 6.25 전쟁은 소련의 사주를 받은 김일성의 남침으로 인한 내전이었으나 중국인민지원군의 참전으로 인해 중국군과 유엔군이 무력 충돌한 국제전으로 발전되었다. 다시 말해 항미원조 전쟁은 한반도에서 중국이 일으킨 국제전이며, 중국의 참전은 한반도의 분단을 고착화한 근본 요인이었다. 

그러나 경계해야 할 부분은 이번 시진핑의 항미원조 주장 이면에 숨겨진 무서운 흉계의 위험성이다. 현재 미‧중 간 패권전쟁은 바야흐로 경제전쟁에서부터 군사적 대결을 거론하는 단계에 이르기까지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최근 미국은 동중국해에서의 중국의 해양패권 강화 노력을 강력히 저지함과 동시에 대중국

 

외교압박의 일환으로 중국을 격하하여 중국공산당으로 호칭하고, 대만과의 단교(1978.12) 이후 처음으로 국장급 이하의 인원만 제한적으로 교류해오던 그간의 관례를 깨고 지난 8월 전격적으로 장관급인 알렉스 에이자 미 보건부장관이 대만을 방문한 데 이어, 9월에는 키스 크라크 국무부 차관이 방문하였고, 또한 미 의회는 상하원 모두 신속하게 대대만 첨단무기 판매를 인준하여 대만의 국가안보 활동을 적극 지원하고 나섰으며, 대만을 국가로 재인정할 가능성까지 내비치고 있다. 이에 대해 중국은 덩샤오핑 이후 중국 헌법에 명시하여 견지해오던 ‘국가통일’ 목표에 대한 도전으로 간주하고 최근 다량의 군용기를 출동시켜 대만 방공식별구역을 넘나들며 무력시위를 벌이는 등 일촉즉발의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지난 10월 15일에는 인민일보를 통해 ‘대만 독립을 주장하는 세력이 불장난을 하면 죽는 길밖에 없다’며 “이를 사전에 언급해 주지 않았다고 말하지 말라(勿謂言之不豫也)”는 전쟁예고 수준의 경고문을 게재하여 대만해협 양안의 군사적 긴장관계를 한층 고조시켰다. 이 경고문은 1962년 중국이 인도와 전쟁을 벌이기 하루 전날 거론했던 것과 동일한 표현이었다. 한편으로 중국은 지금 내부적으로 민족주의와 애국주의를 고취시키고 있다. 지난 10월 7일 글로벌 아이돌 그룹 BTS는 미국 밴플리트상 시상식에서 리더 김남준이 “(한국전쟁에서) 우리는 양국이 함께 겪었던 고난의 역사와 많은 남성과 여성의 희생을 영원히 기억해야 한다”고 발언한 데 대해, 중국 인민일보의 자매지 환구시보가 '웨이보' 등 사회관계망 서비스(SNS)를 통해 중국의 누리꾼들을 선동하여 “한국전쟁 당시 미군이 침략자였음에도 미국의 입장에만 맞춰 발언하였다”고 BTS를 비난하며 한‧미를 동시에 적대세력으로 취급하려는 편협한 국수주의의 모습을 보이면서 민족주의 감정을 부추겨 내부결속을 강화하고 있다.

이로 보아 중국은 미국의 군사적 배경을 등에 지고 대만독립을 추구할 시, 또는 미국이 허점을 보일 경우 가차 없이 대대만 무력침공을 감행하여 남중국해를 중심으로 대치하고 있는 지정학적인 긴장정세의 균형을 깨뜨리고 미‧중 간 패권전쟁의 기선장악을 시도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이 경우 중국은 시기적으로 미국이 취약성을 드러낼 대선일(11.3)을 중심으로 무력행동을 가할 가능성이 있으며 전략적으로는 미국의 군사적 대응력을 분산시킬 필요성이 있는 것이다. 이 시점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부분은 남북한의 무력충돌 가능성이다. 최근 미‧중 양측의 군사적 시선이 대만에 고정되고 있지만 미국과 중국의 입장에서 볼 때, 대만과 한국은 동아시아 지역에서 한꺼번에 활용할 수 있는 카드이다. 6.25 전쟁 발발 시 미국은 군사력을 분산하여 한국전에 미군을 파견함과 동시에 대만해협에 미 7함대를 신속히 파견하여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에 대비한 바 있다. 사실상 대만해협 양안의 문제는 남북한 문제와 동일한 선상에서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대만에 대한 군사적 위협은 곧 한국에서도 군사적 위협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중국이 전략적으로 북한을 활용하려 충동한다면 북한으로서도 경제난과 고립을 타개하기 위해 파괴적 활동에 나설 수 있다. 민감한 시기이므로 중국의 대북한 충동질을 지극히 경계해야 한다.

저작권자 © 경남연합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