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하늘에 겁 없이 기류를 탄 흰 구름은 푸른 배경색에 도움을 받아 더없이 아름답게 보인다. 깊은 밤하늘에 무수히 뿌려놓은 우주의 금가루들도 큰 다툼 없이 자기자리를 지키고 있는 듯하다. 욕심 없는 구름, 온 몸이 들끓어 뒤틀고 헤집다가 바람결에 흐르고 흘러 시커멓게 몸 불으면 높은 산 낮은 대지 가림 없이 갖가지 숨 터에 흩어 뿌려 귀한 생명 줄에 생생한 원기를 보탠다.

인간은 살아가면서 기발(奇拔)한 생각, 참신한 생각이 떠오르기를 좋아 한다. 심각한 고통이 온 몸과 정신을 얽어매거나 꽉 막힌 터널에 갇혀 요지부동일 때 긴급히 요구되는 생각을 나는 기체(氣体)생각이라 칭하고 싶다. 때로는 증발하고 있는 그런 깜찍한 생각을 잡으려하다 깜짝 놀랠만한 엉뚱한 사고를 일으키기도 한다. 그리하여 생각에도 액체기체’, ‘고체와 같은 부류의 생각이 있을 것이라 믿는다. 물같이 순하게 낮은 곳과 빈 곳으로 순리대로 흐르는 액체 같은 생각. 주체 못할 생각을 가지고 하늘을 날아오를 듯한 열광적 기체 같은 생각. 아무 생각 없이 멍 때리고 앉아 있거나 아예 생각조차 하기 싫어 고요를 부르는 고체 같은 생각. 꽁꽁 얼어붙은 고체 생각은 비생산적이라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새로운 변화를 일으키지 않아 평화와 행복감을 끌어당기고 정적을 유지시킴에 유용하다. 그러기에 나는 이런 성질이 서로 다른 생각들을 시기적절하게 융합하여 출현시킴을 희망한다.

어떨 때는 완전 순수한 삶을 살아보기 위해 바보스러울 정도로 욕심 없이 살아 온 역사 속의 사람들을 찾아보기도 한다. 어쨌든 외로운 삶, 무의미 할 것 같지만 경쟁자나 생각을 넘어 사상이 다른 천적(天敵) 없는 그런 곳에서 살고 싶기도 하다. 넓고 넓은 자연 속 들끓는 구름 아래 맨몸으로 입 벌리고 있는 수목들을 따라 든 다양한 생명들. 앞 뒤 안 가리고 강렬한 식욕을 앞세운다. 자연 속의 먹이 사슬, 하늘을 찢는 뇌성번개의 몸부림.

전투적인 삶의 현장에서 고독하게도 생각에 생각을 꿰매어 놓고 헤매는 청 · 장년들이여! 힘들지만 욕심 부리지 말고 살아 있기만 하라. 그대 쉴 곳은 반드시 있으니.

경제가 어렵고 사회 환경이 코로나19’로 인해 혹독한 난관에 봉착해 있는 요즈음, 국가나 사회 그리고 자신에게 너무 심각한 요구나 혹독한 채찍을 가하지 말자. 우리의 철저한 대비와 배려 없이는 진정한 안녕과 행복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을 인식하고 지금 대면 없어 말 못하고 스트레스 쌓여 숨 막힐 정도로 불편하지만 더 이상의 불평이나 우울감은 갖지 않는 작은 여유라도 부려보자. 이번 참에 차라리 그 동안 몰입하지 못한 정말 내가 하고 싶었던 일에 몰두해 보자. 또한 일터나 이웃 간에 걸림돌이 없는지, 배우자나 가족 간의 불신이나 허욕은 없는지도 살펴보자. 길었던 과거와 짧은 현재사이 아름다운 미래를 꿈꾸고 웃으며 살아가자. 길고 긴 어둠이 사라질 산뜻한 아침을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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