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유혹

3.

태완이는 할매가 무서웠다. 그리고 할매를 사랑하였지만 증오하는 마음이 가슴 깊숙한 곳에서 용트림으로 끓어올랐던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하여 할매를 죽이고 싶다는 생각은 하지도 않았고 할 수도 없었다.

태완이에게 할매는 절대적이었고, 신과도 같은 존재였다. 할매는 전지전능하였다.

할매로 하여금 태완이가 원하는 모든 것은 다 이루어졌다.

그런 할매가 없는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은 생각도 못할 일이었다.

할매가 있었다면, 태완이가 경찰서에 잡혀 가면 누구보다 먼저 달려   할매였다

감옥에 갇힌 후부터 지금까지 한 시도 할매를 잊은 적이 없다.

할매는 태완이의 기억이 허용되는 모든 시간 안에 늘 함께 존재하였다.

역시 할매는 태완이를 외면하지 않았다끈질기게 태완이의 주변을 맴돌았다.

죽은 할매는 이제 밤마다 귀신이 되어 나타난다.

귀신이 되어 나타난 할매는 붉게 충혈된 눈으로  손에는 낫을 들고,  다른 손에는 대침을 들고는 절대로 놓아 주지 않을 것 이라고 한다.

언제인가 할매 집에서 할매와 같이 잠을 자다가 이상한 느낌이 들어 눈을 떴을 때 호롱불빛에 비친 할매의 형상은 잊을 수가 없다.

그 눈빛, 핏발이  붉은 눈빛과 산발한 머리카락, 손에는 시퍼렇게 날이 선 낫을 곧추 세워들고 태완이의 목을 겨누고 있는 모습.

귀신영화에서 본 바로 그 귀신이 현실의 세계에서 나타났다.

잠이 깨어 부들부들 떠는 태완이를 보고 할매는 태완이가 허약하여 귀신이 들었으므로 귀신을 쫓아 내는 퇴마의식을 한 것이라고 하였다.

엄마가 태완이를 할매에게 맡기고 가면 태완이는 하루종일 밥을 얻어먹을 수가 없다.

물 한 모금도 마셔서는 안 된다.

방안에 가만이 앉아 조금도 움직여서는 안 된다.

할매는 태완이의 일거수일투족을 모두 감시하면서 손가락 끝이라도 까딱하면 사정없이 다듬이 방망이로 발바닥을 내리친다.

오줌이 마렵다고 해도 절대로 오줌을 누이지 않는다. 오줌통이 터지기 직전이 되어야만 오줌 싸러 가는 것을 허락해 준다.

오줌을 싸러 밖으로 나가다가 바지 위에 싼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그 두려움의 시작이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할매의 말을 거역하면 안 된다는 막연한 강박을 가지고 있었음이 분명하다.

태완이에게 할매는 넘을 수 없는 커다란 벽이었다.

태완이가 국민학교 저학년에 다닐 무렵 할매가 저녁 먹으러 오라고 했는데 초저녁 일찍 잠들어 버린 관계로 할매 집에 가지 않았다. 그날이 토요일 이었으므로 다음날은 학교에 가지 않는다.

 

다음 날 아침 일찍 태완이 부모는 할매에게 태완이를 맡겨 두고 들일을 갔다. 따라서 태완이는 일요일 내내 할매 집에서 밥을 먹고 할매와 함께 지내야 했다.

태완이 부모가 태완이를 할매에게 맡기고 나가자 할매는 점심때가 훨씬 지나도록 거들떠보지도 않다가 배가 고파 더 이상 참기 어려울 정도가 되었을 때 수돗간에서 빨래를 하다말고 태완이를 불러 부엌의 부뚜막에 있는 소고기 국 냄비를 가져오게 시켰다.

태완이는 할매가 소고기 국을 주려나 보다하고 신나게 가져왔는데 할매는 그 소고기 국 뚜껑을 열어 보라고 한다.

뚜껑을 열자 냄비 속에는 하얀 기름기가 얇은 막을 형성하여 덮여 있지만 그 밑으로 큼지막한 소고기 덩어리들이 가득 들어 있고 종일 굶은 태완이의 후각은 극도로 예민해져 냄새만으로도 저절로 행복해 진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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