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 정찬기오
교육학 박사
경상대학교 명예교수

논설위원 정찬기오

하버드 대학교 교수이자 정치철학자로 유명한 마이클 샌델(Michael J. Sandel)은 ‘정의란 무엇인가(JUSTICE: What's the right thing to do?)라는 책을 저술하였다. 이 책에는 저자가 1980년부터 진행한 수업 내용이 담겨 있다. 이 책은 미국에서는 10만 부 남짓 팔리는 정도였으나, 한국에서는 인기를 끌어 2010년 7월에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하였고, 인문학 서적으로는 드물게 100만 부 판매를 돌파했다. 이 책이 한국에서 인기를 끈 이유는 한국 고등학생의 85%가 대학에 가고, 한국 국민들이 공정성에 대한 욕구가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이라고 분석되었다.

  정의(正義, justice)는 원래 개인에게 적용되는 덕목으로 출발하였다. 어떤 사람에 대해 “그는 참으로 정의로운 사람이다.”라고 할 때, 우리는 개인적 덕목으로서 정의를 말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사회가 점점 복잡해지고 사람들의 이해관계로 갈등이 커지면서 정의는 사회적 성격을 띠게 되었다. 그래서 오늘날 정의라고 하면 대부분 사회 정의를 가리킨다. 그러나 정의가 무엇인가에 대한 관점은 시대와 장소에 따라, 혹은 이념적 입장에 따라 다양하다. 불리하고 약한 사람을 배려하고 지원하여 실질적인 기회균등을 마련하는 것도 정의라고 할 수 있다.
  형식적인 기회균등만 주어질 뿐 실질적인 기회균등이 제공되지 않은 부 정의한 상황의 예를 들면, 맨몸으로 달리는 사람, 휠체어를 타고 달리는 사람,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사람, 오토바이를 타는 사람, 자동차를 타는 사람은 최초의 조건 자체가 불평등하다. 따라서 이것은 형식적인 기회균등만이 주어질 뿐 실질적인 기회균등이 제공되지 않기 때문에 부 정의한 상황이다.
   인간 생활의 제1덕목인 진리와 정의는 지극히 준엄한 것이다. 진리(眞理)는 사상 체계의 제1덕목이기 때문에 이론이 아무리 정교하고 간명할지라도 그것이 진리가 아니라면 배척되거나 수정되어야 하듯이, 정의(正義)는 사회 제도의 제1덕목이기 때문에 법이나 제도가 아무리 효율적이고 정연할지라도 그것이 정당하지 못하면 개선되거나 폐기되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하다.  정의는 사회 전체의 복지라는 명목으로 유린될 수 없는 불가침성을 가진다. 그리고 타인들이 가지게 될 더 큰 선(善)을 위하여 소수의 자유를 빼앗는 것도 정당화될 수 없다. 다수가 누릴 더 큰 이득을 위해서 소수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것은 정의에 맞지 않기 때문에 정의에 의해 보장된 권리들은 어떠한 정치적 거래나 사회적 이득의 계산에도 좌우되지 않는다.
 
  요컨대, 정의를 판단하는 세 가지 기준은 행복(幸福), 자유(自由), 미덕(美德)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정의가 ‘사회 구성원의 행복에 도움을 줄 수 있는지,’ 혹은 ‘사회 구성원 각각의 자유로움을 보장할 수 있는지,’ 아니면 ‘사회에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라는 기준으로 ‘정의로움’을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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