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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 박종범
정치학박사
전주중국대사관 공사
통일지도자 아카데미 부원장

논설위원 박종범
논설위원 박종범

 

어느 정권이든 자유민주주의체제의 국가에서 생성된 정권이 스스로를 친공 정권이라고 명시적으로 선언한다면 크나큰 국민적 저항을 맞을 것이다. 특히 분단국가에서는 더욱 그렇다. 그래서 친공정권은 스스로의 정권 성격을 은닉하겠지만 정책 운용이나 각종 상황에 직면하면 그 성격이 서서히 드러날 수밖에 없다. 그간 대북 양보에 주안점을 둔 각종 국방, 안보정책과 자유시장 기능을 억누르는 경제사회정책뿐만 아니라 대외적인 반미‧친중의 외교정책과 친북일변도의 대북정책을 보면 그 성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또 조국 전 법무부장관 같이 ‘한국 자본주의의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사회주의 사상과 정책이 필요하다’며 국가성격에 대해 해석한 것 등을 보면 친공정권의 윤곽이 보다 확연히 드러나게 된다. 이로 볼 때, 문재인 정권의 그간의 행적은 친공정권의 조건을 거의 다 갖추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만큼 이 정권의 대북정책은 북한의 장단에 모든 키를 맞추어 왔다. 그 결정판은 종전선언에 대한 입장이다. 북한은 핵무기를 포기 않겠다고 외쳐대는데 이 정권은 북한을 지원하고 종전선언을 해야 핵 포기를 유도할 수 있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는다. 이는 국제사회의 보편적 사고에 어긋나는 궤변으로 국제적 외톨이를 자초하며 스스로 정신승리를 외쳐대는 격으로서 오로지 중국과 북한의 전략적 이익에 맞추는데 혈안이 된 셈이다. 지난 10월 27일 한국 동아시아재단과 미 애틀랜틱카운슬이 공동 주최한 화상 세미나에서 문정인 대통령 특보는 종전선언을 해도 주한미군은 계속해서 주둔하며 그 지위도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한다며 종전선언을 한반도평화프로세스의 '입구'라는 주장을 하였다. 그러나 이는 사실상 종전선언이 미군 철수와 한반도 공산화의 입구라는 점을 덮으려는 친공산주의자들의 주장을 대변한 궤변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 위험한 것은 친공정권과 민족주의의 결합이다. 친공정권이 스스로 민족주의에 빠져 지정학적, 전략적 넓은 시각을 가리게 된다면 우물 안 개구리가 되기 십상이다. 오로지 북한정권과 함께 ‘민족’에만 목을 매고 좌파적 이상주의에만 젖어 있을 경우 진정한 한민족의 발전과 이익은 오히려 등한시 될 수밖에 없다. 민족주의는 16세기 이후 그리스토교 세계의 통일이 무너지고 로마교황이나 신성로마제국의 지배를 받지 않는 많은 독립 국가들이 나타남으로써 싹트기 시작한 이데올로기다. 우리나라에는 ‘민족’ 용어가 1906년 무렵 처음 도입되어 언론을 중심으로 사용되었지만 당시 황성신문이나 대한매일신보 등에서는 동포나 국민과 동의의 개념으로 사용했다. 그러나 1910년 경술국치를 겪으면서부터 일제의 식민지를 벗어나고 나라의 독립을 위하여 하나로 뭉치는 에너지의 원천으로 작용하여 항일정신과 결합되어 우리의 인식 속에 강력히 각인되고 있다. 그러나 민족주의는 대중을 바탕으로 하여 자라나는 것이기 때문에 쉽게 전체주의로 잘못 인도될 소지가 많다.


게다가 민족주의가 굴욕주의와 결합한다면 민족이 불행해지게 된다. 미국과 패권전쟁 중인 중국은 지난 10월 23일 시진핑 주석이 항미원조 참전 70주년 기념식 연설에서 ‘6·25 전쟁을 미국 제국주의 침략에 맞선 전쟁’이라며 심각한 역사왜곡을 하며 북한으로 하여금 항미전쟁에 동참토록 촉구하는 듯한 주장을 하였다. 이에 대해 강경화 외교부장관은 ‘이 문제는 이미 국제적으로 논쟁이 끝난 문제로서 중국 측과 필요한 소통과 조치를 취하고 있다’며 기계적으로 축소 언급하며 역사의식과 민족의식 없이 노골적으로 북한의 사회주의동맹 중국에까지 엎드리는 모습을 국제사회에 내보였다. 심지어 문정인 특보는 “우리가 사드를 추가 배치하거나 남중국해 등의 군사 훈련에 동참할 경우, 중국이 한국을 적으로 간주하여 둥펑 미사일을 겨냥하고 KADIZ(한국방공식별구역)은 물론 서해에서 군사적 도발을 하면 어떻게 대응할 수 있겠느냐. 미국이 우리를 보호할 수 있겠느냐"면서 중국의 위협에 굴복을 종용하고 한미동맹의 의미를 왜곡하는 발언을 하였다. 한미동맹 체결당시 이승만 대통령이 중국의 침략 같은 이런 경우를 상정해서 한미동맹을 체결해 놓은 것 아닌가. 어정쩡하게 중국에 줄서면 굴복과 항복 외에 다른 방안이 없다.


아무리 미·일·중·러의 틈바구니에서 줄타기를 하는 나라지만 굳이 중국에 굴복하고 우방이며 국익을 지켜준 세계 유일강대국인 동맹국 미국을 도발해야할 이유는 없는 것이다. 국제 정글사회에서 어떤 주변국도 영원한 동지도 영원한 적도 될 수 없으며 오로지 신뢰하고 의지할 것은 국익이란 가치뿐이란 것을 분명히 인식하고 되새길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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