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유혹

3.

그런데 할매의 굳어 있는 표정이 태완이를 마냥 행복하게 만들어 주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어린 태완이도 어렴풋이 읽을 수 있다.

예상대로 할매는 태완이에게 그 소고기 국을 하수도에 버리라고 한다.

어제 밤에 너를 주려고 끓여 놓았는데 네가 오지 않았으므로 너는 이 소고기 국을 먹을 자격이 없다.”

할매의 굳은 표정으로 하는 명령은 지상 명령이다.

그것은 누구도 거역할 수가 없다.

조금이라도 주저하거나 토를 달 경우 그것보다 훨씬 더 엄중한 처벌이 따른다는 것은 어린 태완이도 이미 잘 알고 있다.

...”

태완이는 아까운 마음을 감추고 마지못해 멀쩡한 소고기 국을 하수도에 버린다.

할매가 없으면 하수도에 버린 소고기 토막들을 건져내어 먹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는데, 할매는 태완이의 그런 마음을 읽었는지 빨래를 하던 한 대야의 물을 하수도에 버린다.

하수도는 소고기 토막은 물론이고 냄새까지 싹 먹어 치운다.

그 무렵 소고기 국은 부잣집에서나 겨우 먹을 수 있는 고급음식으로 이런 시골에서는 냄새도 맡기 어렵다.

이른 아침을 먹고 난 후 하루 종일 굶은 아이에게 소고기 국은 단순한 음식이 아닌 간절한 소망인데 그 간절한 소고기 국을 태완이로 하여금 직접 버리게 하는 것은 충격이며, 일종의 고문이다.

그러면서 할매는 태완이를 방안에 혼자 있게 하고 자기는 하루 종일 산에서 따온 약초를 다듬거나 산나물을 데치고 말리면서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그런데 태완이는 집으로 가겠다는 말을 할 수가 없다.

할매가 가라고 하지 않는데 간다고 나섰다가는 할매로부터 또한 끔찍한 보복을 감수해야 한다.

하루 종일 방안에 들어 앉아 있다는 것은 사실상 감금이나 다름이 없다.

방안에는 태완이가 가지고 놀던 장난감들이 많이 있지만 할매가 가지고 놀아라고 하여야 비로소 만질 수가 있다.

아무것도 먹지 못한 채 하루 종일 방안 앉아 졸다가 깼다가를 반복한다.

그 사이 부엌에서는 또 소고기 국을 끓이는 냄새가 진동하였다.

그러나 할매는 밥 먹자는 말이 없다.

시계가 오후 다섯 시를 가리킨다.

할매는 밥을 먹자면서 밥상을 차려 온다.

밥상에는 아까 버린 소고기 국 보다 더 맛있게 보이는 국이 또 놓여 있다.

밥상에는 태완이 쪽으로 큼지막한 양푼이 옆에 어른 밥그릇으로 고봉으로 담긴 밥이 있고, 맞은 편에는 조그만 대접에 국 반 그릇과 공기 밥 한 그릇이다.

태완아 배 고프제, 어서 밥 먹어라.”

할매의 말은 부드럽지만, 목소리의 표정은 결코 부드럽지 않다.

대답은 밝게 해야 한다. “...”

아까 버린 것은 어젯밤에 끓인 것이기 때문에 니를 먹일 수가 없다. 네게는 항상 새것을 줘야지.” 할매의 말은 그렇지만 태완이는 이미 알고 있다.

분명하지는 않지만 할매가 새 밥, 새 국이라고 말하는 것은 행여 태완이 엄마, 아버지가 알았을 때 변명꺼리로 해 두는 말이라는 사실을.

[다음호에 게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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