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1)
  당나라의 장안(長安) 향적사(香積寺)에 행단(行端)이라는 스님이 살았다. 그는 어느 날 밤에 남오대산에 올라가 나무를 하고 절로 돌아와 돌연(突然) 언어장애인이 되었는데 사람들은 끝내 이유를 알지 못했다. 요괴(妖怪)의 저주에 걸려 그런 것이란 소문이 파다하였고, 한편으로는 절의 진상(眞相)을 떠들고 다닐까 봐 누군가 언어장애인으로 만들어 버렸다는 소문이 무성하였다. 이 소문이 퍼지니, 다른 스님이 겁을 먹어 산에서 나무를 하지 못하였다.
  향적사 주지 스님도 행단 스님의 증상에 놀라 절의 모든 중을 이끌고 81일 동안 법회를 열어 마귀를 쫓아내고자 하였다. 하지만 행단은 여전히 말을 하지 못하였다. 이때, 의술을 조금 알던 덕시라는 스님이 주지 스님에게 제안하기를, 행단을 데리고 장안성의 의술이 대단하기 소문난 유도(劉韜)를 찾고자 하였다.
  덕시는 행단을 데리고 장안의 유도에게 가서 병을 얻은 연고를 설명하였다. 유도가 행단 스님을 살펴본 후 절로 돌아가 있으면 내일 날이 밝으면 직접 절을 방문한 후에 치료하겠다고 하였다.
  다음 날 아침, 유도가 산으로 올라와 절 뒤에 무성한 대나무 숲과 향직사를 살펴본 후 주머니에서 생강 한 덩어리를 꺼내 주며 말했다. “나무 관세음보살, 이걸 달여 3~5일 동안 먹으면 병이 나을 것입니다.”
  주지 스님은 이 하찮은 생강이 언어장애인이 된 행단 스님을 치료할 수 있을까? 의심하여 유도에게 며칠 더 묵으며 치료 과정을 봐 달라고 청하였다. 그리고 이틀이 지나 행단 스님이 생강탕을 세 첩이나 복용하였는데, 가슴이 뚫리는 것 같고 목구멍이 열리면서 드디어 말문이 트였다. 절의 스님들은 모두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그래서 주지 스님이 유도에게 그 이유를 물었다.
  “이건 절 음식에 섞여 들어간 반하(半夏 - 천남성과로 맛은 맵고 차며 독이 있다 ) 때문에 그런 것입니다. 그래서 이 생강으로 해독한 것입니다. 전혀 요괴의 짓이 아니지요.”
  절의 스님들은 이 말을 듣고 안심하여 다시 산으로 나무를 하러 갈 수 있었다. 
                                       옮긴 글 「한의사 최현명의 재미있는 한약 이야기」

생강 뿌리(사진제공 강신근 교수)
생강 뿌리(사진제공 강신근 교수)

  이야기 2)
  우리나라에서는 고려 시대 전부터 재배되어왔다고 한다. 전설에 따르면 고려 초 조 만석이라는 사람이 중국 봉성현(鳳城縣)이라는 곳에서 생강 뿌리를 얻어와 전남 나주와 황해도 봉산군에 심었다가 실패해, 다시 봉(鳳)자가 들어가는 지명을 찾아 지금의 전북 완주군 봉동읍에 있는 봉상(鳳翔 : 지금의 봉동 지방)에서 재배에 성공해 봉동 생강의 기원이 되었다고 한다.

  이야기 3)
  옛날 이율곡 선생은 “화합할 줄 알며 자기 색을 잃지 않는 생강이 되어라.”라고 했다. 이 말씀처럼 생강은 자기 색(향과 맛)을 강하게 띠고 있으면서도, 다른 음식을 만나면 과감히 자기 색을 죽이고 화합해서 새로운 맛과 향을 만들어 낸다. 특히 생강은 생선 같은 비린내 나는 음식에 들어가면 비린내를 없애주고, 보신탕이나 추어탕에 들어가면 특유의 좋지 않은 냄새를 제거해 주어 맛을 더해준다. 그래서 생강만큼 훌륭한 천연 조미료도 없으며, 한방용어인 삼강이조(三薑二棗 : 생강 3쪽, 대추 2알)에 있듯이 약방에 지어 오는 약첩에 대추와 함께 첩약으로 반드시 들어가는 약재로 쓰인다.

  이야기 4)
  생강의 원산지는 인도이다. 인도의 전통의학인 아유르베다에는 생강을 ‘신이 내린 치료제’로서 만병통치약으로 간주한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피타고라스가 생강을 소화제와 구풍제(驅風劑)로 언급한 바 있고, 아라비아 나이트에는 정력제로 등장한다. 중국의 유명한 한학자인 이동원은 “자기 전에 무를 먹고, 아침에는 생강을 먹어라.”라고 했다. 이는 생강은 위의 기능을 돕고, 무는 소화를 촉진하기 때문이다.
  「논어」 향당(鄕黨) 편에는 공자가 ‘한꺼번에 많이 먹지는 않았지만, 꾸준히 생강을 먹었다(不撤生薑 不多食)는 기록이 있다.’ 주자는 여기에 주석을 달기를 “생강은 정신을 맑게 통하게 하며 더럽고 나쁜 기운을 없앤다.”라고 했다.

  생강은 아열대 지방에서 재배되던 것이어서 다년생 풀이지만, 우리나라에 들어와 1년생 풀이되었는데, 식용으로 먹는 뿌리는 땅속줄기로 번식하는 덩이줄기로 다육질이며 줄기와 잎은 꼭 댓잎처럼 생겼다.

  「동의보감」 “생강은 약성이 따뜻하고, 맛이 맵고 무독하여 오장에 들어가 담(痰)을 제거하고 기(氣)를 내리며 구토를 그치게 하고, 찬 기운과 몸속 습기를 없애고, 끓어 오르는 기침과 숨차는 기침을 다스린다. 약성이 따뜻하지만, 껍질에 찬 성질이 있으므로 몸을 따뜻하게 하는 한약에는 껍질을 제거하고 쓰고, 몸을 서늘하게 하는 한약에는 껍질을 제거하지 않고 쓴다. 또 반하, 천남성, 후박 등의 독을 제거하고 구토와 반 위를 다스린다.”

  생강의 효능을 살펴보면, 진저롤(Gingerol), 진저론(Gingerone), 쇼가올(Shogaol) 등이 있다. 진저롤(Gingerol)은 혈소판 응집, 콜레스테롤 억제, 혈액 순환 촉진, 항산화 기능이 있으며, 진저론(Gingerone)은 DNA 손상 예방, 항균, 항암, 구역감 해소 등의 기능이며, 쇼가올(Shogaol)은 위장운동 촉진, DNA 손상억제, 해열과 진통 작용, 강력한 항염 작용을 한다.
 
  생강은 위장을 움직인다.
  2011년 세계위장관학회지에 따르면 대만의 가오슝 의과대학 병원 내과 교수팀이 소화 불량이 있는 11명의 환자에게 한번은 1.2g의 생강 캡슐을, 다른 한 번은 위장약을 복용시키고 1시간 뒤 저 영양 수프 500mL를 먹게 했다. 이후 초음파로 살펴본 결과, 위장약을 먹었을 때는 16.1분 후, 생강 캡슐을 먹었을 때는 12.3분 후 음식의 절반이 소화되었다는 결과를 얻었다. 생강은 단백질 소화에 효과적이다. 생강에 들어 있는 진지베인(Gingibain) 성분이 단백질 분해를 촉진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진지베인(Gingibain) 1g은 9kg의 고기를 연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생강이 갈비 양념의 단골 재료인 이유이다.

  구역감(구토, 멀미), 입 냄새를 없앤다.
  이탈리아 나폴리 대학의 프란체스카 보렐리 박사팀은 2017년 미국의 「산부인 과학」 저널에 발표한 연구보고서에 429명의 입덧 여성을 대상으로 한 임상 시험에서 생강이 임신 초기 입덧을 진정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 소화제나 위장약에만 의존했다면, 오늘부터 생강차를 즐겨보면 어떨지? 소화가 안 되고, 위 역류성 증상이 있을 경우는 식사 1시간 전에 마시고, 입 냄새를 없애려면 식후에 마시는 것이 좋다. 생강의 매운맛을 완화하려면 무, 대추와 함께 끓여 마신다.
 
  해독 작용이 뛰어나다
  각종 약의 부작용 있을 경우 생강을 즙을 내어 마시면 해독이 된다. 특히 독성이 있는 한약재(유황, 복어 알, 지네 등)를 법제할 때 반드시 생강을 사용하는 때도 있다. 생선회, 게 등의 어패류를 먹고 탈이 났을 때도 생강즙을 먹으면 좋다.

생강줄기와 잎(사진 강신근 교수 제공)
생강줄기와 잎(사진 강신근 교수 제공)

  생강(生薑)은 그냥 생으로 쓰기도 하고, 약간 건조하여 건강(乾薑)으로 만들어서 사용할 수 있다. 건강을 다시 볶아서 포건강(炮乾薑)을 만들어 사용할 수 있다. 
  땀을 내어 풍한(風寒)을 없애줄 때는 생강을 사용하지만, 몸이 아주 냉한 사람에게는 건강을 사용한다. 포건강은 볶는 과정에 매운맛이 약해져서 한기(寒氣)와 허열(虛熱)을 없애고 속을 따뜻하게 해주는 용도로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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