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유혹

3.

할매의 얼굴에 미소라고는 없는 싸늘한 표정을 지으면 태완이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그 밥과 국을 다 먹어야 한다.

싸늘한 표정을 지으면서 하는 말은 선택의 자유가 허용된 권유가 아니다. 지상 명령이다.

국민학교도 들어가지 않은 아이에게 그 많은 양의 밥과 국은 분명히 고문이다.

당연히 배탈이 난다.

집에 갔다가도 배탈이 나서 배가 아프다고 뒹굴면 다시 할매에게 잡혀 온다.

부모님이 뭘 먹어서 이러냐고 물으면 할매는 천연덕스럽게 말을 한다.

낮에 밥을 주어도 먹지 않더니 저녁에 소고기 국이 있으니까 밥을 많이 먹더라.

뭘 먹고 체했는지 알기 때문에 쉽게 치료를 해 줄 수 있다고 하면서 엄지손가락을 실로 챙챙 동여 메고 손톱 윗 부분을 바늘로 따서 피를 낸다. 바늘로 손톱 끝을 살짝만 따도 되지만 할매는 일부러 푹 찔러 버린다.

조그만 아이가 감당하기에는 너무 큰 육체적 고통이다.

아프다고 울면 엄살을 부린다고 또 다시 같은 고통이 반복되는 가혹한 처벌이 뒤 따르므로 이런 치료를 몇 번 받아 본 태완이는 학습효과 탓으로 이제는 절대로 아프다는 비명을 지르지 않는다.

 

그리고 냄새만 맡아도 기절할 것 같은 독한 약을 억지로 먹인다.

할매가 손을 따고 약을 먹인 후 한 숨 자고 나면 체한 것은 거짓말 같이 내려간다.

태완이는 실제 체하거나 감기가 걸렸을 때 할매의 치료가 고통스럽기는 해도 확실하게 차도를 읽을 수가 있으므로 할매의 치료방법이 엉터리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한동안 부모에게 할매 집에 가지 않겠다고 하였지만 부모는 이해를 못한다.

할매가 태완이에게 장난감이나 옷가지, 학용품을 좋은 것으로 사다 주고, 맛있는 것도 자주 해 먹일 뿐만 아니라 태완이가 병이 들었을 때 온갖 정성을 다하여 치료를 해 주기 때문에 태완이의 말은 믿으려고 하지 않는다.

만약 할매집에서 있었던 일을 말하거나 할매 집에 가지 않겠다고 한 말이 할매의 귀에라도 들어가면 태완이는 반드시 보복을 당하여야 한다. 할매집에서 어떤 상황이 벌어지더라도 그에 관한 말을 하면 안 된다.

태완이가 장난을 치다가 다친 적도 여러 번 있다.

한 번은 방에서 마루로 나가다가 미끄러져 다리를 삔 적이 있다.

그 마루는 시골의 보통 나무판자로 만들어져 있고 약간은 까칠하기 때문에 절대로 미끄러지는 곳이 아닌데 그날은 분명히 무엇인가가 미끄러지는 것이 발려 있었다.

태완이가 미끄러져 울음을 터뜨리자 할매가 달려 와서 발목이 삐었다고 하면서 주물러 주었는데 실상은 미끄러져서 다쳤다기보다는 치료를 빙자하여 제끼고 주무르고 하면서 오히려 더 심하게 아파졌다.

간간이 할매가 발목이 아프냐고 물으면 아프지 않다고 대답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괜찮다는 대답을 하였다.

태완이게 그런 대답을 유도한 할매는 무거운 물항아리를 갖다 달라, 디딜방아에서 고추를 빻아야 하므로 디딜방아를 밟아 달라고 하여 하루 종일 아픈 발목을 사용하게 하였다.

저녁이 되자 발목은 남산만큼 부풀어 올랐으며 도저히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되자 그제서야 할매는 발목에 열이 나므로 열을 빼야 한다고 하면서 발가벗긴 후 우물에서 갓 길어 온 차가운 물을 온 몸에 끼얹어 초주검 상태로 만다.

우물물을 뒤집어쓰고 초주검 상태가 되면 굳어 있는 몸을 풀어야 한다면서 아픈 발목을 사정없이 문지르고, 부기를 뺀다고 침을 놓고, 쑥뜸을 한다면서 콩알만한 약쑥 서너 개를 아픈 발목 위에 올려놓고 성냥으로 불을 붙여 태우는 고통을 가한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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