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유혹

3.

부모님께는 내가 장난을 치다가 발목을 다쳤다고 하면서 치료 과정을 호들갑스럽게 설명하면 부모님은 그 설명에 껌뻑 넘어간다.

부모님이 물어보면 태완이는 당연히 장난을 치다가 스스로 다쳤고, 할매에게는 괜찮다고 하여 치료를 하지 않고 있다가 저녁이 되어 다친 부위가 눈에 띌 정도로 부어오르게 되자 할매가 다친 곳을 확인 한 후 치료를 해 주었다.’고 말을 하여야 한다.

큰 틀에서 그것은 거짓말이 아니다. 객관적인 사실을 압축하여 말하였을 뿐이다.

 

치료는 할매의 또 다른 고문이다.

그 고문의 고통은 당해 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더군다나 초등학교에 다니거나 취학 전 아이의 경우 고통의 정도는 더욱 커진다.

그리고 이런 고통을 어머나 아버지에게 말해서는 당연히 안 된다.

이런 고통을 말해 봐야 어른들은 내가 엄살을 부리는 것쯤으로 생각할 뿐만 아니라, 그 사실을 할매가 알게 되면 그 다음에는 내가 예상하지 못한 보복이 반드시 뒤 따른다.

할매는 자기의 말마따나 귀신을 보는 사람이다.

내가 엄마에게 살짝 말한 것도 할매는 다 알고 있다. 그리고 보복을 한다.

할매가 보복을 시작할 때 눈빛을 보면 알 수가 있다.

그 눈빛, 가늘게 찢어지면서 결코 맑지 않은 두 눈알을 동그랗게 모으고 허공을 잠시 휘젓다가 태완이를 노려 보면서 파르르 떨리는 입술을 모으고 싸늘하게 미소를 지을 때, 그 때는 고통의 시작이다.

그 얼굴은 증오로 불타오르는 바로 악마의 모습이다.

태완이는 할매의 고문을 구체적으로 기억하지 못한다.

다만 할매를 바라보기만 하여도 얼굴에서 열이 나고 심장의 박통수가 빨라지고 호흡이 가빠진다.

때로는 정신이 아득해 지기도 하고 손이 떨려 물건을 잡았다가 자신도 모르게 놓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할매는 이런 태완이의 모습을 보고 몸이 허약해서 그렇다고 하면서 또 고약한 냄새가 나는 약을 먹이거나 치료를 해 준다고 하면서 또 다른 고통을 가한다.

그런 빌미를 주지 않으려면 할매 앞에서는 극도 긴장하여야 한다.

태완이의 이런 기억들은 훈련된 본능 속에 감추어져 있을 뿐 구체적인 기억으로 형성된 것은 아니다.

 

4.

할매를 산에서 만나 할매 뭐 해요?” 하고 물었을 때 할매가 웃으면서 , 태완이 왔구나하는 정도의 반응을 보였으면 이런 사건이 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할매가 당황한 모습을 보인 것이 태완이로 하여금 할매가 나를 강도로 보는구나하는 극단적인 생각을 하였고, 결국 이 끔직한 사건으로 연결되었다.

그러나 그것보다 태완이는 할매의 당황한 표정 뒤에 감추어진 증오의 눈빛을 읽을 수 있었다.

태완이는 할매의 눈빛을 안다.

싸늘하게 변한 눈빛을... 복수에 불타는 증오의 눈빛이었다.

갓난 애기였을 때부터 보아 온 할매의 눈빛이다.

다정하게 들리는 목소리 뒤에 감추어진 악마의 목소리 까지 알고 있다.

어렸을 때는 할매의 저주에서 벗어 날 힘을 가지지 못하였지만 이제는 그 손아귀에서 벗어 날 수 있는 힘을 가졌다. 기회는 자꾸 오는 것이 아니다.

지금이야 말로 20년간 태완이를 조종해 온 악마로부터 벗어 날 수 있는 기회이다.

[다음호에 계속]

저작권자 © 경남연합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