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 박종범
정치학 박사
전 주중국대사관 공사
통일지도자 아카데미 부원장

논설위원 박종범
논설위원 박종범

금번 미국 대선은 경제적 측면에서 볼 때, 공화당이 선호하는 미국우선주의(America first)를 기치로 내건 보호무역주의와 민주당이 주장하는 국제 자유무역체제로의 회귀를 위한 경제노선의 대결이었다. 2017년 1월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등장과 함께 주창된 ‘미국우선주의’의 보호무역주의 조치는 오바마 행정부 당시 국제 자유무역체제의 주도권을 놓고 중국과 벌인 경쟁을 일단 정지시켰다. 게다가 미‧중 무역전쟁으로부터 시작된 패권전쟁은 바야흐로 미국의 대중국 제재에 대해 구체적인 조치를 취하는 단계로 접어들었으며, 때 맞춰 금년 초부터 전 세계로 확산된 중국발 코로나 바이러스의 팬데믹 현상으로 인해 국제적인 무역 및 인적교류와 상호접촉 활동이 급격히 줄고 세계경제가 경색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중국은 최근 경제적으로 미국의 수출중단 조치 및 특정기업과 인적교류에 대한 엄격한 제재 등 압박정책으로 인해 숨 쉴 여력이 없었으나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다가 지난 11월 3일 치러진 미국 대선에서 비교적 친중적이며 국제 자유무역 경쟁체제로의 회귀를 옹호하는 민주당 바이든 후보가 선전하고, 이에 불복한 트럼프 측이 부정선거 소송을 제기함에 따라 미국 내 여론이 분열 현상을 보이게 되자 혼란한 기회를 틈타 8년간 끌어오던 중국 주도의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체결을 출범시켰다.

한국은 문재인 대통령이 11월 15일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체결을 위한 화상 정상회의에 참석하여 서명함으로써 공식 참가국이 되었다. 중국이 RCEP 추진을 획책하는 데는 일대일로(One Belt, One Road) 사업을 원활히 추진하고 이를 통해 미국의 아시아 지역 내 영향력을 저지하여 국제자유무역체제의 주도권을 장악하려는 전략적 목적이 숨어 있다. 이에 따라 당초 16개국이 참가할 예정이었으나 주요국 인도는 불참하여 15개국으로 발족되었다. 하지만 그 규모는 아태지역 내 22.6억 인구를 포함하며, 전 세계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30%에 해당하는 26.3조 미불의 시장개방 효과를 가지게 되어 현재로선 세계최대규모의 메가 자유무역협정(FTA)을 중국이 주도하게 된 것이다. 미‧중 간 세계경제 주도권 다툼이야 어찌됐건 한국은 이로써 일본과도 FTA 협정을 체결하는 효과를 갖게 되고 경제영토도 확장한 셈이다. 사실상 한국은 자유로운 국제무역체제를 통해 가장 많은 혜택을 누린 국가다. 흔히 말하는 ‘한강의 기적’ 등 세계사에 유례없는 빠른 경제사회 발전은 모두 자유무역체제에 기민하게 적응한 데 기인한 것이었다. 경제발전을 가동하기 시작한 1962년을 기준으로 볼 때,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당시 87불에서 2019년 기준 3만1,900 미불로서 약 370배가량 증가하였다. 실로 어마어마한 눈부신 발전이다.

이로 볼 때, 한국의 RCEP 참가는 필연적인 추세로 볼 수 있지만 중요한 것은 문재인 정부가 그간 사사건건 미국에 비협조해온 상태에서 전략적으로 친중국 행태로 돌아선데 대해 미국이 불만을 표명할 경우 한미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사실상 문재인 정부는 사드배치를 위한 성주 미군주둔지에 대한 비협조 및 대북제재 반대, 주한 유엔사령부에 대한 폄훼, 주한미군 주둔비 인상반대 등 각종 반미적인 조치를 일삼아 왔으며, 특히 중국에 대해서는 3불(사드추가배치 불가, 미국의 미사일방어망 불가입, 한미일 군사동맹 불원) 조치를 약속하면서도 미국이 인도‧태평양 전략의 일환으로 유럽의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와 유사한 아시아판 다자안보동맹체 구성을 염두에 두고 추진 중인 역내 안보회의체 ‘궈드’(Quad)에 대해서는 강경화 외교부장관이 지난 8월말 '다른 국가들의 이익을 자동 배제하는 것은 어떤 것도 좋은 아이디어가 아니다‘고 불참을 표명하는 등 비협조적인 태세를 취하고 있다.

아직 대통령 당선인을 확정하지 못한 미국의 대선 판세가 트럼프 측으로 기울어질 경우, 미국은 패권에 도전하는 중국을 주적으로 삼고 대중국 봉쇄 및 압박 등 처단 조치를 더욱 강경하게 추진하겠지만 이와 함께 문재인 정권에도 그간 쌓인 각종 전략적 피로감을 표출, 제재를 가할 가능성이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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