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원장 양준모
창원 자윤한의원

대표원장 양준모
대표원장 양준모

 인류는 오랜 기간 질병과의 사투를 벌여왔고 그 산물이 오늘날의 의학이다. 한의학도 지속하여 그 역할을 수행하여왔고 감염병 치료도 계속되어왔다. 하지만 한의학에 대한 개념이 잘 알려지지 않아 감염병 치료 이야기를 하면 의아해하는 경우가 많다. 한의학의 상한론(傷寒論)과 온병학(溫病學)은 감염병을 치료하는 학문으로 장티푸스나 독감 등을 치료하는 체계이었다. 최근까지의 지속적인 연구는 사스(SARS) 치료에서도 큰 활약을 하였으며, 현재 유행하고 있는 코로라(COVID-19) 에도 좋은 효과를 보고 있다.
  이미 잘 알려진 사상의학(四象醫學) 또한 본래 감염병을 치료하기 위한 학문이었다. 조선 후기에 이제마(李濟馬)가 창시한 사상의학은 체질의학으로 유명하며 그 일대기가 드라마로도 제작 방영되어 ‘소음인(少陰人)’, ‘소양인(少陽人)’, ‘태음인(太陰人)’, ‘태양인(太陽人)’의 체질 분류로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져 있다. 따라서 사람들은 종종 본인의 체질을 궁금해하고 체질 감별을 위해 한의원을 직접 방문하지만 사상의학은 당시 유행한 감염병을 치료하기 위한 것이 주된 목적이지, 체질을 나누고 감별하는 것 자체가 목적은 아니었다.
  감염병을 치료하여온 한의학이 오늘날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를 생각해보면, 한의학은 독특한 측면이 있다. 그것은 바로 병 자체를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비염을 예로 들면, 한방에서는 이 비염을 치료하는 약이 있는 것이 아니라 비염이 나타나는 몸의 상태를 치료한다. 변증(辨證)으로 진단, 치료하는 방식을 변증논치(辨證論治)라고 하는데, 이와 같은 변증논치는 ‘같은 병이라도 다르게 치료할 수 있고, 다른 병이라도 같게 치료할 수 있다는 동병이치 이병동치(同病異治 異病同治)‘로 설명되는 한의학의 독특한 접근이라고도 할 수 있다.
  변증논치는 병 자체가 아닌 증상을 근거로 하여 치료하므로 새로운 병이 출현해도 손쉽게 치료를 시도할 수 있다는 다양한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새로운 감염병뿐만 아니라 현대인들의 생활 습관병 또한 마찬가지이다. 비만과 같이 과거에는 치료의 필요성을 인식하지 못했지만 최근에는 치료가 필요하다고 인식하는 병이나, 자궁내막증처럼 예전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던 병들까지도 오늘날 한의학에서는 변증논치로 접근하고 있다.
 과거에는 기생충이 흔했다. 의서(醫書)에도 약을 투여해 기생충을 토하게 했다는 기록들이 있다. 그러나 요즘에는 알벤다졸(Albendazole) 같은 약으로 손쉽게 제거함으로써 기생충이 사라졌다. 여기에 쓰였던 한약은 오매환(烏梅丸)이라는 처방으로 회역(蛔逆; 기생충으로 인한 증상) 등을 치료하였다. 이는 궐음증(厥陰症)이라는 변증을 치료하는 처방이기에 오늘날에는 궐음에 속하는 과민성 대장증후군(Irritable bowel syndrome)등 일체의 설사병(泄瀉病)에도 활용되고 있다.
  한의학의 경우는 신체를 조절해서 '스스로' 병을 이겨낼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분야이므로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점과 과거에 없던 새로운 병이라 하더라도 인체가 병에 대항하는 능력을 키우면서 치료하는 변증을 통해 인체를 잘 파악한 후, 선방(選方)을 잘하면 병 이면(裏面)의 근본을 치료하거나 각종 난치병(難治病) 및 괴병(怪病) 치료의 가능성까지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 한의학의 또 다른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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